일본문화론의 대가(大家)로 알려진 일본학자 야마모토 시치헤이(1921-1991)가 자국의 실체를 생생하게 조명한 책 `일본인이란 무엇인가’가 국내 번역됐다.
저자는 일본 사회에 충격을 던진 베스트셀러 `일본인과 유대인’을 쓰는 등 평생일본 문화를 연구했다.
`일본은 공기(空氣, 분위기)의 나라’라고 한 말은 지금도 널리 인용된다.
문화 강연도 수없이 소화했다. 특히 일본 문화를 잘 모르는 외국인을 상대로 종교, 사상 등을 설명해왔다.
책은 저자의 강의 원고를 토대로 연구를 집대성했다. 수강자의 질문과 답변을 비롯해 일본 학자와의 토론 등을 엮어 시대별로 배치했다.
저자는 문자, 신화, 정치, 화폐제도, 무역, 경제, 신념, 법체계, 철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선사시대부터 이어져 온 일본 문화와 일본인의 행동원리를 총체적으로 조명했다.
저자는 일본에 얽힌 이미지를 차례로 설명해나간다. 어딘지 모르게 속내를 알 수 없는 일본인, 계산적이면서도 유럽 등 서구를 동경하는 나라, 모방의 대국 등의 편견을 분석한다.
그는 일본을 `신구가 교차하는 복합 문화의 나라’라고 설명한다. 1천500년 전 모습 그대로인 이세 신궁이 초고층빌딩과 공존하는 나라라는 것이다.
`모방의 천재’라는 별명과 관련해서는 “확실히 일본은 모방의 대국이지만 바탕에는 구조와 원리를 파악할 줄 아는 기술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또 다른 유명한 별명인 `경제 동물’에 대해서는 일본 학자들은 동아시아 여러 나라와 달리 사대부 집안이 아니라 상인 출신이 많다며 18세기부터 현대 자본주의적사고방식과 흡사한 사상이 태동했다고 분석한다.
일본 여성에게는 제대로 권리가 없었다는 통념에는 자녀 없는 처에게도 상속권이 보장된 가마쿠라 시대의 상속법을 들어 13세기에 이미 여성 인권이 어느 정도 확보됐다고 반박한다.
다만, 일본인에 대한 오해를 적극적으로 해명하려다 보니 저자는 종종 일본을 미화하는 식으로 결론을 내리곤 한다.
그는 “서양인들은 일본인을 하이쿠·우키요에·오젠·가부키와 더불어 ’어쩐지 기분 나쁘고 이해하기 어려운 민족`이라는 인상을 갖고 있다”며 “이러한 이미지는 과거에 출간된 ’국화와 칼`에서 서술한 내용과 거의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서문 제목을 `새로운 국화와 칼’로 달았다.
이어 “적어도 메이지 시대 이후 일본은 부당한 방법으로 경제 발전을 이루지는 않았다”며 “한 나라의 발전이 그렇게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상식”이라고 근대 이후 일본의 성장 과정을 옹호했다.
페이퍼로드. 고경문 옮김. 616쪽. 3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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