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비야 여우비야 뭐하니?
  • 경북도민일보
여우비야 여우비야 뭐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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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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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너구리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변신술’에 능하다는 점. 여우와 너구리가 애니메이션 속에서 변신을 꾀한다. 꼬리 아홉달리고 변신술에 능해 전설에도 자주 등장하는 `구미호’의 가슴 아픈 사랑을 담아낸 `천년여우 여우비’가 이번주 개봉했다. 상대적으로 낙천적인 성격때문에 웬만하면 변신하지 않는 너구리도 단체로 변신술을 익혀 가두행진에 나섰다. 그 이유가 뭘까?
 
 
 
 
 
“황금이 만나러 인간세상 왔단다”
신비로운 줄거리·서정적 음악…세계 애니메이션시장 공략
손예진·류덕환·공형진 목소리 연기
 
 드라마 `전설의 고향’의 단골손님 구미호가 이번에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돌아왔다.
 영화 속에서는 가슴 절절한 사랑도 하고(`구미호’), 섹시한 몸매로 남자를 진하게 유혹하기도 하더니(`구미호 가족’) 이번에는 귀여운 개구쟁이 꼬마 아가씨로 둔갑했다.
 사춘기 구미호의 가슴 아픈 사랑을 담아낸 `천년여우 여우비’(감독 이성강, 옐로우필름ㆍ선우엔터테인먼트 공동제작)는 세계 진출을 겨냥한 한류 프로젝트.
 이야기의 소재는 한국적이지만 그 만듦새는 동양적인 느낌을 물씬 풍긴다. 캐릭터와 오리엔탈풍의 서정적인 음악 등 전체적인 분위기도 일본풍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으로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지브리스튜디오의 작품을 보는 듯하다.
 `마리 이야기’로 최고 권위의 애니메이션 영화제인 안시 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를 거머쥔 이성강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 KBS 다큐멘터리 `도자기’에서 신비로운 음악을 선사했던 재일교포 양방언 씨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눈길을 끈다.
 주인공 여우비 목소리는 톱스타 손예진이, 여우비가 사랑을 느끼는 황금이의 목소리는 `천하장사 마돈나’로 청룡영화상ㆍ부산영평상 신인남우상을 받은 류덕환이 맡았다. 마음이 따뜻한 노총각 선생님 강 선생 목소리는 공형진이 연기했다.
 산 속에 홀로 살고 있는 여우비는 어느 날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 `요요’들을 만난 뒤 한 집에 살게 된다. 평온한 나날을 보낸 지 100년. 인간의 나이로 10살 정도 된 여우비는 모르고 지내던 세상에 대해 조금씩 흥미를 느끼게 된다.
 한편 요요들은 고향별로 돌아가려고 우주선을 재조립해 시험비행을 감행한다. 그러나 말썽꾸러기 요요인 `말썽요’의 실수로 우주선은 풍비박산이 나고, 말썽요는 동료의 질타에 가출해 버린다. 말썽요가 마을로 내려갔다는 소식에 여우비와 요요들은 말썽요를 찾아나선다.
 마을의 학교에서는 노총각 선생님 강 선생이 `왕따’ 학생들을 위한 극기훈련 캠프을 진행 중. 말썽요가 그곳에 있는 것을 알고 여우비는 학생으로 가장해 캠프에 합류한다.
 그곳에서 여우비는 싸움만 하는 말썽꾸러기 황금이를 만나게 된다. 점점 황금이를 좋아하게 된 여우비는 인간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게 된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신비스러운 판타지의 옷을 입었다. 우주인과 말하는 욕조, 하늘을 날아다니는 버스, 그림자로 이루어진 그림자 탐정, 영혼의 세계인 `카나바’ 등 상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로 가득하다. 여기에 양방언 씨의 신비스럽고 묘한 느낌의 음악이 덧대져 신비로움을 배가시킨다.
영화의 단점은 명확하지 않은 이야기 줄거리. 말없이 밤거리를 뛰는 자폐증 아이 등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지만 이는 이야기의 기본 얼개를 해치지 않은 채 신비로운 분위기에 일조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한다.
 타인을 위해 자신의 영혼을 버리는 여우비의 모습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목소리연기가 처음이라는 여배우 손예진은 성우 못지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한국적이지는 않지만 한국 애니메이션의 진일보라고 평가할 만한 작품이다. 전체 관람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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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비디오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이상하고 아름다운 '너구리 나라'
변신 너구리 소재 속 자연보호 메시지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은 무차별적인 도시개발로 살 곳을 잃어버린 너구리들의 분투기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함께 지브리 스튜디오를 설립한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1994년 작품.
 자연과 평화를 꾸준히 외쳐온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인 만큼 이 애니메이션 역시 자연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다른 작품보다 더욱 현실적인 소재와 직접적인 목소리로 `자연보호’를 외친다는 점이다.
 1960년대 일본 도쿄 외곽, 개발이 시작된다. 산을 부수고 나무를 들어낸 곳에는 아파트가 차곡차곡 들어선다. 숲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던 너구리들은 졸지에 삶의 터전을 잃게 되고 비상사태를 직감한 너구리들은 회의를 소집한다.
 회의 끝에 `인간연구 5개년 계획’과 `변신술 부흥’이라는 카드를 내놓는다. 너구리들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속담을 실천하듯 인간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를 시작한다. 또 굴착기를 뒤엎는 등 공사를 방해하기도 하지만 개발은 계속되고 너구리들은 최후의 방법을 모색한다.
 그 방법은 바로 변신술로 `너구리에 대한 존경심을 되살린다’는 것. 너구리가 얼마나 위대하고 두려운 존재인지를 보여주면 이에 감화된 사람들이 너구리의 터전인 숲을 보존할 것이라는 논리이다. 노력 끝에 도심 한복판에서 변신술의 가장 높은 단계인 `요괴대작전’을 벌이지만 사람들은 너구리가 벌였다는 사실을 몰라주고 작전은 예상 밖의 결과로 나타난다.
 `요괴대작전’ 장면은 이 애니메이션의 절정이다. 너구리들은 온갖 귀신들로 변신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사람들은 놀라면서도 신기한 시선으로 이들을 쳐다본다. 무섭거나 두렵기보다 하나의 축제처럼 환상적이고 유쾌하게 그렸다.
 너구리가 사람에게 말을 거는 방식은 이처럼 유쾌하다. 가시적인 파괴나 일방적인 통보가 아닌 떠들썩하게 벌려놓은 판을 통해 교감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자연과 교감하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들은 너구리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
 너구리는 파괴되는 자연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연친화적인 본성을 갖고 있는 사람을 상징하기도 한다. 잔치를 벌이는 것을 좋아하며 순박하고 느긋한 너구리의 모습은 농사를 짓고 밭을 일구며 살던 사람의 모습이다. 감독은 너구리의 변신을 통해 자연과 동물, 사람을 일치시킨다.
 사회에 대한 풍자도 빼놓지 않았다. TV에 홀딱 빠져있는 너구리들의 표정과 너구리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방송 등은 매체에 대한 풍자로 읽혀진다. 또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너구리들이 공사현장에서 시위를 벌이다가 전경들과 부딪히는 장면은 현대 사회의 건조한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너구리의 외모도 시선을 끈다. 사람들 앞에서의 사실적인 모습과 자기들끼리 있을 때 두 발로 걷는 모습, 신나게 놀 때 기분 좋은 모습, 졌을 때 맥이 풀린 모습을 모두 다르게 보여준다. 또 인간으로 변신한 너구리를 잘 살펴보면 피곤할 때 눈 아래 생기는 다크서클의 비밀도 알 수 있다.  전체관람가.  /남현정기자 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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