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무는 부품비리·뒷돈 거래…원전 신뢰성 흔들리나
  • 연합뉴스
꼬리 무는 부품비리·뒷돈 거래…원전 신뢰성 흔들리나
  • 연합뉴스
  • 승인 2013.05.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고나면 터지는 원전 납품비리

▲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에 시험성적표가 위조된 불량 부품이 사용된 사실이 드러나 이 중 가동중인 신고리 2호기(사진 왼쪽)와 신월성 1호기 원자로(오른쪽)를 정지토록 했다. 연합
   원자력안전위, 신고리 1·2호기 신월성 1·2호기 불량 부품 확인
    시험그래프·시험결과 조작…신고리 2호기·신월성 1기 가동 정지
    여름 전력수요철 경주 원전 6기중 1기만 가동…전력수급 `비상’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3·4호기 원자로에 시험성적표가 위조된 부품이 사용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원전의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8일 발표한 내용은 충격적이다.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제어케이블이 이들 6개 원자로에 설치된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제어케이블은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원자로의 냉각 등 안전계통에 동작 신호를 보내는 안전 설비이다. 즉, 원전 안전과 직결되는 중요 부품에 위조된 제품이 사용됐다는 것이다.

 # 원전 납품비리·위조부품 사용 만연
 그동안의 조사를 통해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에 들어간 부품의 시험그래프와 시험결과도 조작된 사실이 드러났다.
 더구나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3·4호기에도 시험그래프 등 시험성적표의 일부가 위조된 부품이 사용된 사실이 확인됐다.
 위조 부품은 현재 가동 중이거나 정비 중인 원자로는 물론 건설 중인 원자로까지 가릴 것 없이 사용돼 원전의 총체적인 부실을 몰고 온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원전의 위조 부품 문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영광(한빛) 원전 5·6호기에서 품질 검증서가 위조된 부품이 공급된 사실이 드러나 한동안 가동이 중단된 적이 있다.
 당시 원안위 조사 결과 원전에 납품된 부품 가운데 12개 품목 총 694개 부품의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고리 2호기와 영광 1~4호기에 납품된 180개 품목, 1555개 부품의 시험성적서도 위조된 것으로 추가 확인되기도 했다.
 최근 10년간 위조된 품질검증서나 시험성적서를 이용해 한수원에 납품된 원전 부품은 561개 품목, 1만3794개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렇듯 위조 부품 사용이 만연하면서 한수원 직원이 납품업체로부터 수백만~수천만원의 뒷돈을 받은 사실도 드러나 최근 몇몇 직원에게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먼저 납품된 부분이 몰래 빠져나갔다가 그대로 재납품되기도 하는 등 원전 부품 관리에 어처구니없는 허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업자와 공모한 내부 직원이 수리 또는 성능검사를 핑계로 부품을 몰래 반출해도 제대로 확인하는 시스템이 없었다.
 한수원은 최근 입고되는 모든 부품에 무선인식전자태크(RFID)를 부착, 부품을 추적하는 시스템을 뒤늦게 마련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서균렬 교수는 “작년에도 지적했지만 영광 원전에만 부품 문제가 있었겠느냐”며 “그때도 지적했지만 미리미리 전수조사를 해서 심각성을 인지했다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원전 납품 비리가 암처럼 온몸에 퍼져갈 것이라고 지적한 적도 있다”며 “운영자의 과신이나 자만을 걷어내야 한다. 모든 원전을 샅샅이 다 뒤지지는 못해도 최소한 표본조사라도 해서 신뢰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부품비리, 방지대책 무용지물
 원전 부품 비리를 끊으려고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해 말 시행한 방지대책도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우려가 있어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원전 부품 시험 성적서 등 품질 관련 서류를 시험·검증기관으로부터 직접 받고 있다.
 또 부품이 납품될 때 해당 업체로부터 받는 서류 사본과 이미 받은 원본을 대조하고 있다.
 이는 납품 업체가 시험 성적서 등을 위조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조치다.

 그러나 이번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신고리 1∼4호기, 신월성 1, 2호기에서 밝혀낸 부품비리는 이 같은 방지 시스템으로는 막을 수 없는 새로운 형태다.
 국내 시험기관이 제어케이블 시험 일부를 해외 시험기관에 의뢰했고, 해외 기관이 발행한 시험 성적서를 국내 기관이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러면 한수원이 국내 기관으로부터 직접 시험 성적서를 받더라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에 따라 한수원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시험을 담당한 기관으로부터 관련 서류를 모두 받고 납품 때 실시하는 기술·품질검사에 외부 전문가를 다수 참여시키는 등 추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노태민 부산반핵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28일 “원전 건설이나 운영에 폐쇄적인 조직문화가 비리를 불러왔다”면서 “적극적인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순홍 부산녹색연합 반핵활동가도 “원전 부품 비리가 계속되는 것은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원전 건설과 운영에 외부 전문가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 내달 중하순 경주 원전 6기중 1기만 가동
 올 여름 한동안 경북 경주의 원전 6기 가운데 1기만 가동할 상황에 처했다.
 1기는 운영허가 전이고, 4기는 내달 초부터 말까지 설계수명 완료, 불량부품 사용, 계획예방정비 등으로 인해 가동을 못하기 때문이다.
 28일 월성원자력본부에 따르면 현재 월성 1∼4호기, 신월성 1·2호기가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시험성적표가 위조된 불량 부품을 사용한 신월성 1기의 원자로를 정지토록 했다.
 또 현재 운영허가 심사단계인 신월성 2호기는 운영허가 전까지 불량 부품을 교체토록 했다.
 월성 1호기의 경우 설계수명이 끝나 가동이 중단된 상태이다.
 월성 2호기는 계획예방정비를 위해 지난달 23일 발전을 정지, 다음달 26일 발전을 재개할 예정이다.
 따라서 월성 3·4호기만 가동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월성 3호기는 다음달 8일부터 7월 12일까지 계획예방정비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월성 3호기가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가는 다음달 8일부터 월성 2호기의 계획예방정비가 끝나는 같은달 26일까지 월성 4호기만 가동된다.
 원안위는 신월성 1호기의 제어케이블을 교체한 후에 성능 검사, 자치단체와의 협의 등을 거쳐 재가동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 기간이 약 6개월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경주핵안전연대 “원전 안전시스템 구멍”
 경주핵안전연대는 원전의 위조 부품 사용과 관련해 28일 성명을 내고 “원전을 둘러싼 비리가 얼마나 뿌리 깊고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의 안전시스템에 큰 구멍이 뚫려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주핵안전연대는 “아직 고발자가 나오지 않았을 뿐 한국형 원전의 전반에 위조 부품이 사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런 측면에서 지난 4월 23일 발생한 신월성 1호기의 제어봉 제어계통 고장도 새롭게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 불신이 어느 때보다 큰 만큼 정부와 한수원은 설계수명이 끝난 월성 1호기부터 즉각 폐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