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돼야 할 잔인한 교육 현실 고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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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돼야 할 잔인한 교육 현실 고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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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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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명왕성’…신수원 감독, 전직 교사 출신답게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려

 `입시지옥’이라는 말이 흔하게 쓰이는 한국사회에서 학교는 그 한가운데에 있는 공간이다.
 아이들이 꿈을 키우고 우정을 나누며 온전한 인격체로 성장하게 하는 참교육의 의미는 사라진 지 오래. 고등학교는 오로지 대입 시험 준비를 위한 학원으로 전락해버린 경우가 많다.
 영화 `명왕성’은 아이들을 인간이 아니라 끔찍한 괴물로 만들어버린 잔인한 교육 현실을 고발한다.
 명문 사립고에서 1등으로 군림한 유진(성준 분)이 학교 뒷산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현장에 떨어진 휴대전화와 다른 학생들의 증언으로 유진의 기숙사 룸메이트였던 준(이다윗)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하지만 담당 형사 박반장(조성하)의 추궁에도 준은 자신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부인하고 결국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다. 학교에 돌아온 준은 자신을 용의자로 몰아세운 비밀 스터디 그룹의 멤버들을 찾아간다. 비밀 아지트에서 서울대 수시 합격 축하파티를 하던 아이들은 예기치 않은 준의 등장에 깜짝 놀란다. 준은 자신이 만든 사제 화학 폭탄을 아이들의 몸에 묶고 이들이 벌여온 추악한 행각을 하나하나 까발린다.
 영화는 하나의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그 뒤에 가려진 진실에 조금씩 접근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미스터리 구조를 취하며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일반 상업영화보다 재미가 떨어지지 않는다. 사회성을 짙게 품으면서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다는 점도 미덕이다.
 

명문 사립고 우등생 유진
학교 뒷산서 시체로 발견되고

준, 자신을 용의자로 몬
비밀 스터디 그룹 멤버
인질로 잡아 그들이 벌인
추악한 행각들 까발리고

 시험을 볼 때마다 1등부터 꼴찌까지 등수를 대자보로 벽에 붙여놓는 학교, 학교안에서 어떤 범죄가 일어나든 수업과 공부에 방해될 수 있다며 `쉬쉬’하는 교사들, 시험이 끝날 때마다 문제에 오류가 있는 것 아니냐며 교사들에게 벌떼처럼 달려드는 학생들의 풍경은 살벌함 그 자체다.
 우리 사회의 오래된 문제인 대입 경쟁과 고등학생들의 압박감을 다룬 영화는 시대에 걸쳐 반복적으로 나왔다. 하지만 `명왕성’은 최근 심화한 자본주의의 계급간 격차가 교육 현장에서까지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점에서 이전 영화들과는 다른 새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1980년대 후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나 1990년대 `여고괴담’ 시리즈에서는 희미했던 부유한 계급과 가난한 계급,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가 `명왕성’에서는 확연하게 드러난다.
 상계동 일반고에서 1등을 도맡아 하고 과학 영재 소리까지 듣던 주인공 준은 일류대 진학을 목표로 명문 사립고에 전학을 오지만 진입 장벽은 예상보다 너무 높다.

 원어민 강사가 진행하는 영어 시간에 외국에서 살다 온 다른 아이들은 술술 대답을 하지만, 준은 더듬거리다 망신만 당하고 만다. 첫 시험 성적이 나온 대자보에는 맨 끝쪽에 이름이 오른다.
 

하나의 살인사건 둘러싸고
그 뒤에 가려진 진실에 접근
미스터리 구조, 호기심 자극

자본주의 계급간 격차
교육현장서도 존재 꼬집어
이전 학원물과 차별화

 전교 10등까지만 모아 놓은 서울대 준비반 `진학재’의 아이들은 대치동 유명 학원에서 족집게 과외를 받는데, 준이는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엄마를 설득해 100만 원을 들고 찾아갔다가 웃음거리가 된다.
 제목인 `명왕성’은 태양계의 9번째 행성이었다가 2006년 국제천문연맹으로부터 퇴출 결정이 내려진 명왕성의 위상을 의미한다.
 첫 과학 수업 시간에 준은 명왕성이 태양계에서 퇴출됐다는 선생님의 말을 반박하며 나름의 `항명 이론’을 내세운다. 하지만 그 역시 명왕성처럼 태양계로 상징되는 주류의 경계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천대받으며 쫓겨난다.
 `토끼사냥’이라는 이름의 비밀 그룹으로 상위 성적을 유지하는 부잣집 아이들은 자신의 자리를 빼앗기는 것을 참지 못하고 그 위치를 침범해 들어오는 아이들을 무자비하게 짓밟는다.
 이 그룹의 리더이자 1등으로 군림하던 유진은 스스로를 `인간이 아니’라고 정의한다. 그는 준에게 1등이 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니 앞(등수)에 있는 애들을 모두 죽이는 거라고 충고한다.
 영화의 메시지를 극적으로 드러내는 결말은 슬픈 여운을 남긴다.
 이 영화는 지난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청소년 영화를 소개하는 `제너레이션’ 부문에 초청돼 심사위원 특별언급상을 받았다.
 단편 `순환선’으로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카날플러스상을 받은 신수원 감독의 두번째 장편영화다.
 7월 11일 개봉. 상영시간 107분.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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