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시험
  • 김용언
토익시험
  • 김용언
  • 승인 2013.0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루이 14세가 외국어 구사능력을 빌미삼아 신하를 골탕 먹인 이야기가 전해온다. “스페인어를 할 줄 아나?” 질문을 받은 한 신하는 지레 김칫국부터 마셨다. 입으로는 “서투르다”고 해놓고는 뒷전에서는 열심히 공부했다. 스페인주재 대사로 임명될 것으로 굳게 믿었던 그는 어느 정도 실력이 붙자  루이14세에게 이를 알렸다. 그러자 이런 말이 그의 귓전을 때렸다. “그것 잘 됐군. 돈키호테 원서를 읽을 수 있게 됐다니.”
 그 신하가 스페인어를 공부하느라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감투’를 걸고 강행했으니 열심히 하기는 했을 것 같다. 서양인들 가운데엔 외국어를 여러 개 구사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 까닭은 여럿이겠지만 언어의 공통요소가 많은 게 가장 큰 강점(强點)이 아닐까 싶어진다. 가령 스페인 사람과 이탈리아 사람이 서로 자국어로 이야기해도 뜻이 통하는 것과 같은 경우다.

 공인회계사 시험 준비를 하기 위해 토익시험에 2년을 바친 사람의 이야기가 신문에 실렸다. 12차례 치른 시험성적 가운데엔 국가직 시험 응시기준인 700점에 5점 모자라는 경우도 두 차례나 있었다. 융통성 없는 행정의 표본을 보는 것만 같다.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지만 언어 실력의 등급을 꼭 점수로만 가려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상·중·하도 있을 수 있고, 가·나·다·라급도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미국 ETS본사의 장삿속이 작용할지도 모르는 일인데 놀아나는 것만 같다. 더구나 국내에도 토익 못지않은 시스템은 있다.
 사람의 재능은 갖가지여서 우리나라에도 여러 나라 말을 술술 하는 사람이 꽤 되는 것같다. 그러나 이것은 언어감각이 뛰어난 사람의 이야기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토익 900점에 코가 꿰어 밤을 낮 삼아야 한다면 이는 인생낭비다. 아무리 국제화시대라지만 사람마다 모두 외국어를 잘해야 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