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쇠 해외관광연수
  • 김용언
모르쇠 해외관광연수
  • 김용언
  • 승인 201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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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청맹과니는 겉보기엔 두 눈이 멀쩡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시력이 없어서 앞을 볼 수가 없다. 이런 사람을 당달봉사라고도 한다. 그런가 하면 두 귀로 알아들으면서도 모른 체 하는 사람도 있다. 이 `모르쇠’는 무엇이 됐건 모른다고 잡아 떼는 게 특기다. 언젠가 국회에 불려나온 어느 재벌이 모르쇠로 뻗대던 모양이 생각난다.
 경주시의회가 또 관광성 해외연수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번 말썽이 난지 24일 만이다. 지난달엔 `이스탄불-경주엑스포’를 핑계 삼아 내친 김에 유럽관광까지 즐기고 돌아와 손가락질을 받았다. 이번엔 경주시의회 경제도시위원회 소속 시의원 6명이 필리핀을 여행 중이다. 가관인 것은 이들의 해외연수 명분이다. 농수산물의 유통체계와 현지 자동차공장을 견학하고 노사협력관계를 파악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이들의 여행일정엔 마닐라시의회 방문, 농수산물시장과 물류센터 방문이 들어있기는 하다. 또한 사아로 지프니 공장도 견학도 들어있다. 그러나 4박5일 동안 공식임무는 달랑 이것뿐이다. 나머지는 시쳇말로 `노라리 판’이다. 백석의 `마포’에서 한 대목 옮겨본다. “개포에는 낮닭이 운다. 기슬 핥는 물결 소리가 닭의 소리보다 낮게 들린다. 저 아래 철교 아래 사는 모터보트가 돈 많은 집 서방님같이 은회색 양복을 잡숫고 호기 뻗친 노라리 걸음으로 내려오곤 한다. 빈 마상이가 발길에 채이고 못나게 출렁거리며 운다.”
 모르쇠라고 하건, 노라리라고 하건 경주시의원들에겐 안 들리는 모양이다. 듣지 못하는 체하는데 그치지 않고 민심을 읽지 못하는 체까지 한다. 킬킬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떠들테면 실컷 떠들어라. 그래봤자 우리는 마이 웨이다.” 이들이라고 시민들의 반발을 예상하지 못하지는 않았을 터. 그런데도 우리보다 뒤진 나라에 가서 뭘 배워 오겠다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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