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디미방
  • 정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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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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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밀을 사흘 동안 물에 담갔다가 건져 말려서 익도록 찐 다음 더운 방에 갈대로 만든 돗자리 위에 흩어펴고, 그 위를 닥나무 잎사귀로 덮어둔다. 세닷새(15일) 후에 누런 옻이 오르면(닥나무 잎에 누른색이 들면) 잎을 걷어내고 볕에 말려서 항아리에 넣는다. 물을 붓고 마흔날 동안 싸매 두면 익느니라.’ 조선 중기 때 저술된 `음식디미방’에 전하는 <식초 만드는 법>의 설명이다. 음식디미방에는 이처럼 우리 전통음식 146가지에 대한 조리법이 한글로 자세히 서술되어 전한다. 
 `음식디미방’은 340여 년 전 경상도 영양(英陽)지방 한 사대부가문의 여인, 정부인 장씨(장계향 張桂香 1598~1680)가 써서 남겨 오늘에 빛나는 고전이 되었다. 책이름은 유명작가 이문열의 13대 조모로 알려진 저자 장씨가 직접 붙인 것으로`디’는 `지(知)’가 구개음화하기 전의 본딧글자다. 곧 음식지미방(飮食知味方)이니 `음식의 맛을 아는 법’이란 뜻이겠다. 여기에는 국수와 떡류 18 항목, 어육류(魚肉類) 74 항목, 주류(酒類) 및 초류(醋類) 54개 항목 등의 제조법이 설명되어 있어 관련학계가 보물 중의 보물로 여기고 있다.

 1960년 경북 영양군 석보면 두들마을 재령이씨 종택에서 발견된 이 책은 전통음식뿐 아니라 특히 당대 생활문화사 및 국어학적 측면에서 사료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은이의 집필후기에 담긴 당부 한 마디에서 더 큰 가치를 찾아야 할는지도 모른다. 오늘날 말하는 창조정신, 지식과 기술 숭상, 문화와 전통의 기록보존과 전수정신이 여기에 다 들어 있는 것이다. `이리도 눈이 어두운 중에 간신히 썼으니 이 뜻을 알아 이대로 시행하고 딸자식들은 각각 베껴가되 책 가져갈 생각일랑 마음도 먹지마라. 부디 상하지 않게 잘 간수하라.’
 최근 음식디미방 관련 내용이 고등학교 `기술·가정’ 교과서 등재 심의를 통과했다고 한다. 이 교과서는 내년부터 전국 각 학교에 보급된다. 우리 고교생들이 경북북부 내륙지방의 전통 `음식디미방’을 배우게 된 것이다. 중세 반가(班家)의 한 여성 살림꾼이 애써 적어 남기며 잘 간수하여 길이 전하라고 했던 그 당부가 더 널리 실현될 계제를 만난 셈이다.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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