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김삿갓과 홍길동. 각각 실존인물이고 소설 속의 인물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사회의 모진 푸대접에 울분을 터뜨린 사람들이다. 푸대접에 맞선 방법은 달랐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홍길동은 응징으로 맞섰다. 김 삿갓은 유행가 가사 그대로다. `술 한 잔에 시 한 수’였다.
시골 서당에서 냉대를 당하고 돌아서며 남긴 김삿갓의 한시는 지면에 옮기기가 난감하다. 소리 나는 대로 읽으면 욕지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대신에 옛시조 한 수를 옮겨본다. “나비야 청산에 가자 범나비도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한 어르신은 “체육회 임원과 공무원들의 잔치”라고 했다. 다른 군민은 “찬조금 내는 곳을 몰라 되돌아왔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도 아랑곳없이 체육회 임원들과 공무원들만 껄껄거리며 즐거워했다나 보다. 이 지경이면 “그들만의 잔치”란 불만이 터져나오지 않는다면 되레 이상한 노릇이다. 체전의 역사가 `55회’나 된다는데 쌓여 있는 노하우도 없는 모양이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두루미의 손님 접대법은 자기 위주여서 벌어진 상황이다. 손님을 초대했으면 손님이 불편하지 않도록 준비하고 배려해야 되는 것 아닌가. 되돌아선 군민들 가운데엔 모욕감을 느낀 사람도 있을지도 모른다. F.베이컨이 이런 말을 했다. “모욕은 피해 그 자체와 마찬가지로, 아니 그보다 더 노여움을 격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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