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잔치
  • 김용언
그들만의 잔치
  • 김용언
  • 승인 2013.1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김삿갓과 홍길동. 각각 실존인물이고 소설 속의 인물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사회의 모진 푸대접에 울분을 터뜨린 사람들이다. 푸대접에 맞선 방법은 달랐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홍길동은 응징으로 맞섰다. 김 삿갓은 유행가 가사 그대로다. `술 한 잔에 시 한 수’였다.
 시골 서당에서 냉대를 당하고 돌아서며 남긴 김삿갓의 한시는 지면에 옮기기가 난감하다. 소리 나는 대로 읽으면 욕지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대신에 옛시조 한 수를 옮겨본다. “나비야 청산에 가자  범나비도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지난달 주말(28일) 군민체전을 치른 고령군에서 이런 저런 뒷말이 들린다고 한다. 한마디로 행사가 엉성하고 진행이 졸속이었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는 것 같다. 밖에서는 교통정리가 안 돼 난장판이 되어버리고, 안에서는 성화가 꺼지기까지 했다고 한다. 더구나 어디 앉아서 구경할 자리도 없어서 군민들이 대부분 되돌아갔다는 것이고 보면 알만하다. 무엇보다도 어르신들의 노여움이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은 분위기인 모양이다.
 한 어르신은 “체육회 임원과 공무원들의 잔치”라고 했다. 다른 군민은 “찬조금 내는 곳을 몰라 되돌아왔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도 아랑곳없이 체육회 임원들과 공무원들만 껄껄거리며 즐거워했다나 보다. 이 지경이면 “그들만의 잔치”란 불만이 터져나오지 않는다면 되레 이상한 노릇이다. 체전의 역사가 `55회’나 된다는데 쌓여 있는 노하우도 없는 모양이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두루미의 손님 접대법은 자기 위주여서 벌어진 상황이다. 손님을 초대했으면 손님이 불편하지 않도록 준비하고 배려해야 되는 것 아닌가. 되돌아선 군민들 가운데엔 모욕감을 느낀 사람도 있을지도 모른다. F.베이컨이 이런 말을 했다. “모욕은 피해 그 자체와 마찬가지로, 아니 그보다 더 노여움을 격화하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