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나 쌀과 비료는 장관급 회담에서 결정할 일도 아니다.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 논의사항이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도 “북측이 경추위를 통해 요구하면 처리키로 했다”고 밝혔다. 공동보도문 합의 내용에도 쌀ㆍ비료 지원에 대한 언급은 아예 없다. 이 장관이 장관급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하면서 쌀과 비료를 제공하겠다고 몰래 합의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이래서 나온다.
쌀과 비료는 북측이 6자회담 2·13합의(북핵 폐기에 관한 2005년 9·19공동성명의 초기 이행조치에 관한 합의)에 따라 4월 13일 이전에 핵 시설 폐쇄 등의 조치를 이행하는 것과 연계해 지원하는 게 원칙이다. 북한의 약속만 믿고 퍼주다 뒤통수를 맞은 적이 한 두번인가. 북한이 핵폐기를 위한 초보 조치도 이행하기 앞서 퍼주지못해 안달하는 것 같은 모습이 딱하다. 그것도 `이면합의’ 의심을 사면서 말이다.
이 장관은 서울로 돌아와 “비료 30만톤, 식량 40만톤에 대해 북측과 원칙적으로 합의한 내용”이라고 말했으나 공동보도문에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북측이 그 정도 요구했다는 것으로 쌀은 경추위에서, 비료는 적십자에서 논의,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을 바꿨다. 결정되지도 않은 쌀·비료 지원을 성급하게 발표한 배경이 북한 비위 맞추기 때문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대화도 제발 품위를 지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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