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대통령선거 출마가 가시화되고 있다. 한발 한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는 모습이 예사 정치인과 다를 게 없다. 충청도 출신을 강조하면서 “고향에 보답하고 싶다”는 그에게서 3김(金) 식 지역정치도 엿보인다. 또 한 사람의 학자출신이 벽 높은 현실정치에 도전하는 격이다 .
그는 대선출마 여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당선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적극적 표현도 했다. 정치인 아닌 학자출신이 이 정도 말했으면 정치에 뛰어들겠다는 생각이 굳어졌음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정 전 총장은 이미 학자의 위치를 떠나 정치적 레토릭(修辭)을 익힌 기성정치인과 다름 없다.
누구나 정치를 할 수 있고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경제학자인 정 전 총장이 경제와 교육에 일가견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사회와 학교에서 할만큼 했기에 이제 남은 일은 `정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각자 제 위치에서 전문성을 살리기 보다 다른 영역, 남의 분야를 기웃거리는 사람들 때문에 항상 시끄러웠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의 정치 지향을 환영하기 쉽지 않다.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과 그의 아들 정몽준 현대중공업 회장의 경우가 그렇다. 비 정치인이 현실정치에 뛰어들어 성공한 전례는 매우 드물다. 학자출신의 실패에 너무도 익숙하다. 캠퍼스라는 좁은 울타리의 지식을 현실에 접목시키려는 시도를 불안한 시선으로 봐온 국민 심정도 착잡하다. 조순 전 서울시장과 노재봉·이홍구 전 총리가 그 범주에 들어간다.
학자는 국외자로서 가치가 더 높아진다. 현실을 비판하고 훈수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강의실 지식을 현실에 접목시킨다면서 부동산을 폭등시키고 서민들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든 참여정부 교수출신들의 실패는 교훈이다. 왜 우리사회에 아무나 선거에 출마하는 이상한 풍조가 들었는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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