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는 염라대왕 앞에 설 각오로 처신을
  • 한동윤
공직자는 염라대왕 앞에 설 각오로 처신을
  • 한동윤
  • 승인 2014.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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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는 명부전(冥府殿)의 업경대(業鏡臺)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각종 공직인사에서 후보에 올랐다 미끄러지는 인사가 늘고 있다. 고등고시에 합격해 승승장구해왔던 고위 공직자 출신들이 청문회에 섰다하면 눈물을 흘리며 뒤돌아 서고, 아예 청문회에 서기도 전에 낙마(落馬)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겉보기에는 깨끗하고 도덕적으로 보였지만 한 자락 들춰 보면 썩는 냄새가 진동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런 경우를 불교 사찰에 걸린 업경대(業鏡臺)라는 거울에 비유했다. 둥그런 거울 부분은 구리와 같은 금속 재질로 되어 있고, 그 거울 주변은 나무 재질로 화염(火焰) 무늬가 장식돼 있는 업경대. 업경대가 설치된 명부전(冥府殿)은 죽은 사람의 영혼이 가서 심판받는 곳이다. 살아 생전 그 사람이 쌓아 놓은 업(業·karma)의 총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낱낱이 비춰보는 거울이다. 염라대왕은 거울에 나타난 그 업보에 따라 다음 생(生)의 등급을 결정한다고 한다. 요즘 진행되는 한국 사회의 청문회가 바로 업경대라는 비유다.
 업경대 앞에서는 살아 생전 그 사람의 온갖 선업(善業)과 악업(惡業)이 모두 드러나게 돼 있다. 병역 문제, 부동산 투기 여부, 자식 문제, 주변 인간관계, 논문 표절은 물론이고 십몇 년 전 말과 글로 발표했던 강연 내용과 칼럼까지도 불려 나와 심판을 받는다. 좋은 업보다는 주로 안 좋은 업보가 집중 조명을 받는다. 인사청문회와 하나 다를 게 없다.
 인사만 했다하면 낙마(落馬)시키는 인사청문회라는 업경대가 인사권자 입장에서는 원망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업경대가 그 사람의 온갖 업보를 빠짐없이 비추듯 인사청문회에서 공직후보자의 흠결(欠缺)을 모른 척하긴 힘들다. 인사청문회란 그 시대 국민들이 요구하는 도덕률이 바로 기준이기 때문이다.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는 총리 후보로 지명받기 직전까지 `국민검사’로 존경받아왔다. 노무현 정권에서 한나라당의 `차떼기’ 뿐만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의 오른팔인 안희정까지 구속시킨 그 강단(剛斷)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걸? 안 후보자 역시 `전관예우’라는 망국(亡國)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이 드러나고 말았다. 변호사 수임료로 `하루 1000만원’을 벌어들인 지독한 돈벌레였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지명된 공직후보자라고 다르지 않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총리로 지명한 장상 전 이대총장과 장대환 매일경제회장 역시 이중국적에 위장전입 등으로 만신창이가 되면서 낙마하고 말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 때는 청와대 수석비서관 후보가 `친일파의 사위’라는 이유로 무대 뒤로 사라지고 말았다.
 문제는 이들이 평소 도덕군자인양 행세해왔다는 사실이다. 병역기피에 이중국적, 위장전입, 부동산-쪽방집 투기, 탈세를 밥 먹듯 해왔으면서도 혼자 깨끗한 척, 고상한 척하며 썩고 병든 곳을 숨겨온 것이다. 그 냄새나는 부위가 인사청문회에서 낱낱이 까발려져 공직은커녕 망신을 당하고 만다. `혼외자식’을 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검찰총장’을 하겠다고 뻔뻔스럽게 나서지 않았다면 인생 말년 그 망신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채동욱 청문회에서 채 전 총장을 상대로 “파도 파도 미담(美談)만 나온다”고 입에 침을 바른 야당 국회의원은 채 전 총장의 인생낙마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문창극 총리 후보는 지금까지 낙마한 공직후보자와는 좀 다른 케이스다. 그에게서 부동산투기나 탈세, 병역기피, 위장전입의 흔적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가 `친일’ 시비로 낙마 일보직전에 몰린 것은 종교에 지나치게 경도된 정신세계 때문이다. 물론 문 후보자의 종교는 개인 사상의 영역이다. 그러나 그 종교가 일제침략과 남북분단같은 실존 역사에 관한 영역까지 침범하면 논쟁과 시비가 일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일제침략과 남북분단은 실존하는 역사로 `종교’가 파고들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문 후보자는 개인의 취향인 `종교’를 앞세워 `역사’를 재단하는 우(愚)를 범했다. 종교도 정도(正道)와 정도(程度)가 있는 법이다.
 조선일보의 업경대 칼럼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청문회장에서 심판하는 자들이 심판받아야 할 정도로 저질이거나 전과자들이라는 것은 개그콘서트만 봐도 알 수 있다. 청문회가 무슨 진리와 정의의 거울이라도 되나?” 이 역시 온갖 전과(前科)에도 불구하고 `선거’로 뽑혔다는 이유만으로 공직 후보를 파헤치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의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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