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열정·땀으로 일궈낸 꼴찌들의 아름다운 기적
  • 이경관기자
꿈·열정·땀으로 일궈낸 꼴찌들의 아름다운 기적
  • 이경관기자
  • 승인 201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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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환경속 전국 우승까지 2년간의 선수들 노력 생생히 담아

 

▲ 원동중학교 야구부 선수들이 2014 대통령기 전국중학야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원동중학교 제공

원동중 야구부
김형주 지음 l 책에이름 l 272쪽 l 1만2000원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목청껏 대답하는 아이들의 눈이 동시에 반짝거렸다. 그 시각, 아담한 원동중학교 하늘에 초롱초롱한 별들이 하나 가득 떠올랐다.”(46쪽)
 최근 안동지역의 한 고등학교가 테니스장의 일부를 헐고 교직원들의 위한 골프시설로 조성키로 해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더욱이 이 학교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28년만에 금메달을 안긴 선수를 배출한 테니스 명문학교로, 보는 이를 씁쓸하게 하고 있다.
 학생들의 적성과 재능은 배제한 채 성적만을 강요하던 우리나라 교육 현실은 성적비관 자살, 저조한 취업률 등의 병폐를 낳았다. 그런 대안으로 교육부는 방과후수업, 동아리 활성화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선 학교와 지역교육청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리 야구인들은 야구를 흔히 인생에 비유한다. 야구의 이닝이 9이닝이듯이 우리의 인생을 90으로 보는 거지. 너희들은 지금 십대니까 1회 초에 해당하는 거고, 이제 막 인생의 경기가 시작된 거야. 생각해봐라. 앞으로 끌고 가야 할 경기가 8이닝이나 남았는데, 기본기가 막장이면 무슨 수로 버틸 건지 말이다. 살면서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성공을 해야 인생이 재미있어지듯이 야구도 마찬가지다.”(61쪽)
 한 시골 중학교에서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김형주 작가의 장편소설 '원동중 야구부'는 그 기적의 시간을 담고 있다.
 2013, 2014년 대통령기 전국 중학야구대회 2연패를 자랑하는 원동중학교 야구부.
 그러나 2011년 창단시절, 그들의 실상은 오합지졸 그 자체였다. 전교생 39명으로 폐교 위기에 놓여있던 이 학교는 전교생이 대한야구협회에 등록하는 것을 시작으로 '야구특성화학교'로 거듭났다. 원동중은 한화에서 은퇴한 신민기 선수를 감독으로 영입한 후 다른 학교 야구부에서 퇴출당하거나 그저 야구가 좋아서 모인 아이들을 데리고 야구부를 창단했다.
 “태웅이가 친 공도 1루타였다. 1루와 2루에 각각 태웅이와 지산이가 나간 가운데 대운이가 타석에 섰다. 대운이는 신중하게 공을 골랐다. 그러는 사이에 태웅이가 갑자기 도루를 시도했다. 슬금슬금 1루 베이스를 벗어나더니 홈을 향해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51쪽)

 원동중 야구부는 창단 한달만에 펼친 해운대리틀야구부와의 첫 연습게임에서 민망할 정도의 실력으로 콜드패했다. 그 뒤 선수들은 6개월 동안의 기본기 훈련에 매진했다. 이 과정에서 야구부는 학부모들의 거센불만과 체벌문제로 인한 감독 경질 사태 등 홍역을 겪지만 슬기롭게 잘 이겨냈다.
 “화면 속의 박찬호 선수와 이승엽 선수는 원동중 야구부원들에게 꿈과 희망, 용기를 잃지 말라고 당부했다. 특히 박찬호 선수는 `어려운 환경에서 노력하는 것은 성공을 위해서 당연히 해야 하는 과제이며,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는 능력을 길러야만 진정으로 성공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동영상을 보던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164쪽)
 선수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야구를 향한 열정으로 훈련에 매진했다. 때론 연이은 패배에 기가 죽기도 했지만 이를 더 꽉 깨물고 노력했다.
 그들은 지난해 8월 부산 구덕야구장에서 펼쳐진 `2013년 대통령기 전국중학야구대회’에서 꼴찌팀이라는 오명을 벗고 우승을 차지했다. 창단 2년만의 기적 같은 우승이었다.
 “야구는 9회 말 2아웃부터라더니, 내 살다 살다 이런 극적인 장면은 처음인기라. 원동중 야구부! 7회 말 2아웃에서 기적을 만들었다 아이가.”(234쪽)
 영화와 같은 이 이야기는 실화다. 원동중 야구부는 기세를 몰아 지난 8월 열렸던 2014년 대통령기 전국중학야구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철저한 인터뷰와 현장조사를 통해 쓰여진 이 책은 선수들의 열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또한 지역야구계의 부활을 꿈꿨던 허구연 야구해설위원을 비롯해 지역활성화를 꿈꾸며 적극 지원에 나섰던 시의원, 폐교를 막고자 노력했던 원동중 관계자들, 창단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던 야구부 감독 등 많은 사람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원동중 야구부는 이제 겨우 1회를 끝냈다. 9회까지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선수들의 열정이 있기에 두려울 것이 없다.
 가을 야구가 한창이다. 먼 훗날 원동중 야구부 선수들이 그 한 가운데 서 있기를 기대해 본다. 또 한번의 기적을 꿈꾸며 그들은 오늘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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