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통 실종사건
  • 김용언
우체통 실종사건
  • 김용언
  • 승인 2015.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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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이것 한국 사람이 버렸을까? 중국 사람 짓일까? ” 일행 중의 한 사람이 길가에 버려진 흰색  비닐봉지를 가리키며 중얼거렸다. 일본의 관광지 산속에서 일어난 일이다. 중국인과  한국인이 주류를 이루고 간혹 제3국인도 끊임없이 오가는 곳인지라 누구의 소행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관광지의 ‘불청객 현상’ 한 가지가 엊그제 신문에 보도됐다. 요우커(遊客)의 왕래가 많은 서울 명동과 동대문의 우체통 세 곳이 수난을 당한다는 내용이다. 빨간 우체통이 쓰레기통인 줄 알고 그 안에 온갖 쓰레기를 던져 넣어 우체통 체면이 말이 아닌 모양이다. 꽁초에 온갖 음식물 쓰레기가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우편물에선 양념 국물이 뚝뚝 떨어지기도 한다니 그 우편물 받아보는 사람 심기 불편하게 생겼다. 청정 산간지대에 버려진 쓰레기 봉지만큼이나 어울리지 않는 광경이다.

 서울 우체통만 수난을 당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 경북 구미에선 우체통이 통째로 사라졌다. 형곡2주공아파트 상가 앞에 있던 우체통이다. 우체국장은 분실(도난)사고 발생 공고문을 내붙였다. 빨간 우체통 숫자가 점점 줄어드는 세상이다. 때문에 관광지에선 ‘느린 우체통’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메일과 첨단기기의 ‘문자메시지’가 일상화한 세상의 단면도다. 그렇다한들 멀쩡하게 서있던 우체통이 하룻밤 사이에 통째로 없어지다니 그야말로 괴담(怪談) 수준이다.
 이런 글이 있다. “ 나는 내 평생에 우표를 붙일 만한 가치가 있는 편지를 한두 통 이상 받아 본 일이 없다. 푼돈의 우편제도는 자네 생각을 내게 알려주면 일 전을 줌세하고 농담으로 주고받던 푼돈을 이제는 진심으로 내는 제도다.” ‘월든’을 쓴 H.D.소로의 글이다. 그가 양념 국물이 흐르는 편지나 우체통 실종사건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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