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국민에 세금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무상보육 등 복지를 확대한 것을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매도한 것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같은 날 “청와대 1차 개편에 국민이 실망하고 있다”고 박 대통령의 청와대 개편을 비난했다. “증세 없는 복지는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는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도 “(청와대가) 그 이야기를 더 이상 안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세 없는 복지’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 말라는 경고다. 청와대와 김무성-유승민의 불협화음이 점점 커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끙끙 앓는 모습이다. 김무성-유승민 체제에 대한 불만이 폭발 일보직전이다. 유 원내대표 당선 축하 난(蘭)을 조윤선 정무수석아닌 정무비서관(1급)이 전달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청와대는 과거 ‘친박’인 이완구·최경환 원내대표 취임 때 정무수석이 직접 방문해 전달했다. 청와대는 작년 김무성 대표 취임 때도 정무비서관을 보내 난을 전달했다.
김 대표는 3일 상가에서 만난 조윤선 정무수석에게 “원내대표 당선 축하 난을 정무수석이 안 가져오고 다른 사람을 보냈느냐”고 일침을 가했다. 옆에 있던 유 원내대표도 “나한테는 안 가져와도 당 대표한테는 가져가야 한다”고 거들었다. 정무비서관에게 축하 난을 들려 보낸 청와대가 손가락질 당할 짓을 했다. 그래도 “증세 없는 복지는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는 김 대표의 비난은 나가도 너무 나갔다.
문제는 앞으로다. 박 대통령 지지도가 하락하자 새누리당은 자기 살길을 찾기 위해 박 대통령과 차별화할 채비다. 특히 인사 문제에 각을 세울 게 뻔하다. 김 대표가 국회연설에서 “지난 2년 동안 고위 당·정·청 회의가 2번 밖에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을 까발린 것은 ‘청와대 독주’에 대한 경고다. 특히 당·정·청 회의를 기피해온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섞였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절대 바꾸지 않겠다는 ‘문고리 3인방’의 교체까지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박 대통령 인사가 새누리당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문제 삼을 작정이다.
더 큰 갈등 요인은 ‘개헌(改憲)’이다. ‘개헌 불가’인 박 대통령과 ‘전면 개헌’을 주장하는 유승민, 개헌을 터뜨렸다가 한 발 물러난 김무성 대표가 ‘개헌 드라이브’를 걸 경우 파열음이 심각할 수밖에 없다. 유 원내대표는 “나는 개헌론자다. 권력구조까지 포함해야한다”고 주장해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벌써 이 같은 청와대와 새누리당 간의 간극을 확인하고 ‘개헌’이라는 휘발유를 끼얹고 나섰다.
김무성-유승민의 새누리당 지도부가 박 대통령을 공격하고 청와대와 차별화하는 것과 관련, 당내 ‘친박’은 크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김무성-유승민 주도의 첫 공식회의에 서청원, 이정현 등 친박 최고위원이 불참했다. 그 자리를 ‘반박’인 이재오 의원이 차지했다. 박 대통령에게 국면전환의 계기가 오지 않으면 당에 의해 밀려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김무성, 유승민의 ‘반박’ 행보가 새누리당에 득(得)이 될지 독(毒)이 될지 두고 봐야 한다. 그러나 김무성, 유승민을 포함한 새누리당 구성원은 박 대통령의 ‘오지랖’에 의해 현재의 위치를 구축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특히 박 대통령을 실패한 대통령으로 몰아 세울 경우 새누리당 역시 공멸할 수밖에 없다.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이 함께 붕괴된 것이 그 증거다. 더구나 유 원내대표는 2011년 9월 한나라당 시·도당 단합대회 뒤풀이에서 “무상 급식, 무상 보육은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며 “아이 밥을 제대로 먹이고, 저출산 시대에 보육을 하는 것이 왜 포퓰리즘인가”라고 주장한 장본인이다. 그랬던 유 원내대표가 안면을 싹 바꿨다. 요즘 유행하는 ‘으리’와는 거리가 멀다. 새누리당이 사는 길은 박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