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안대희·문창극·이완구 국무총리 잔혹사
  • 한동윤
김용준·안대희·문창극·이완구 국무총리 잔혹사
  • 한동윤
  • 승인 2015.04.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한동윤 주필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국무총리 후보자 3명이 인사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한채 낙마(落馬)했다. 김용준·안대희·문창극 후보다. 3후보 모두 경력과 인품을 높이 평가받았지만 사전 검증의 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중도에 주저앉은 것이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국무총리로 활동한 정홍원 전 총리는 세월호 침몰로 자진 사퇴했다. 후임 총리 후보인 안대희 전 대법관이 청문회에 앞서 스스로 사퇴하자 국무총리로 다시 복귀하는 바람에 그런대로 장수(長壽)했다. 그에 비하면 취임 72일 만에 성완종 사건으로 사의를 밝힌 이완구 총리는 단명 총리라는 불명예를 얻고 말았다. 이 총리 이전의 단명 총리는 1960년 65일만에 물러난 허 전 총리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국정을 총괄하는 막중한 자리다. 대통령을 제외한 행정부 최고 직위다. ‘일인지하(一人之下) 만인지상(萬人之上)’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공직자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총리 후보자들은 사생활 관리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김용준·안대희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에 서보기도 전에 스스로 물러난 것은 자기관리 실패에 해당된다. 다만 문창극 후보자는 개인적 결점보다 독실한 기독교도로서 간증(干證)이 문제된 케이스다. 문 후보자에 대해서는 지금도 동정론이 적지 않다. 개인의 종교적 신념을 정치적 잣대로 재단(裁斷)했다는 것이다. 문 후보자는 보수주의로 무장한 연사(演士)로 활동 중이다.
 박근혜 정부 초대 정홍원 국무총리는 비교적 약점이 적었던 후보자였다. 전관예우로 벌어들인 돈이 문제됐지만 다른 법관, 검사 출신에 비해 많지 않았고, 정 총리가 상당한 액수를 사회에 환원하는 절차를 밟음으로써 사회적 양해(諒解)가 이뤄진 것이다. 그럼에도 정 전 총리가 국무총리로서 제 역할을 했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수긍하는 대답은 많지 않다. 존재감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완구 총리는 내정 단계에서부터 시끄러웠다. 비교적 깨끗할 것으로 보였던 그에게서 부동산 투기와 병역면제, 자식들의 세금 등 숱한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 총리는 노무현 정부 이후 총리 가운데 가장 낮은 찬성률(53%)로 국회 인준 투표를 통과했다. ‘성완종 사건’은 치명적이었다.
 이 총리는 경륜에 걸맞지 않게 위기에 대응하는 능력이 부재한 모습을 보였다. 성완종 회장이 충남을 대표하는 기업인이고, 이 총리 역시 충남을 기반으로 한 중진 정치인이기 때문에 이 총리가 “성 회장을 잘 모른다”거나 “많이 만나지 않았다”는 주장은 애초 거짓으로 간주돨 수밖에 없었다. 검찰 조사에서 이 총리와 성 회장이 1년 동안 무려 100회가 넘게 전화통화를 한 사실이 드러난 것만 봐도 그렇다.
 “성 회장이 충남 기업인이고 국회의원을 지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만나는 기회가 있었다”, “성 회장이 기업인으로서 정치인인 나에게 후원금을 제공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법의 한도를 벗어났거나, 그로 인해 어떠한 불법 비리가 없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면 사정이 달라졌을지 모른다. “성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면 목숨을 내놓겠다”는 과도한 결백 주장이 그에게 오히려 독(毒)이 되고 말았다.
 이쯤되면 박근혜 정부에 ‘국무총리’라는 자리는 ‘짐’이 되고 말았다. 후보자를 임명하면 온갖 망신 끝에 낙마하고, 가까스로 총리에 취임하면 몇 달 되지 않아 불명예 퇴진해서야 대통령의 인사권이 바로 설 리가 없고, 국정이 제대로 굴러갈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국무총리 폐지론’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페루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오전 이 총리의 사의(辭意)를 받아들였다. 박 대통령은 “매우 안타깝고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면서 “이 일로 국정이 흔들리지 않고 경제살리기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내각과 비서실은 철저히 업무에 임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가슴을 칠 일이다.
 국무총리를 폐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김용준, 안대희, 이완구처럼 청문회를 통과하기 어렵거나, 통과했어도 이런 저런 문제로 물어뜯길 하자(瑕疵)를 갖고 있는 인물은 대통령의 부름에 아예 응하지 말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