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다발’로 이뤄진 아베의 미(美)의회 연설
  • 한동윤
‘돈다발’로 이뤄진 아베의 미(美)의회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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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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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윤 주필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29일)을 앞두고 미 정치권이 일본 정부의 ‘금품 로비’ 때문에 아베 총리의 연설을 무리하게 허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동아시아 전문가인 에몬 핑글턴이 19일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기고한 ‘존 베이너 미 하원의장이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면서까지 일본 역사상 가장 해악스러운(most toxic) 총리에게 아부하다’란 제목의 칼럼에서다.
 핑글턴은 “지금 미 의회는 그 어느 때보다 돈에 의해 움직이고 있으며 일본만큼 미 의회에 돈다발(greenbacks)을 살포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며 “베이너 의장이 아베 총리 의회 연설을 결정한 이유는 바로 돈”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외국인이 미국 정치를 후원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법이지만 외국 기업이 미국 내 자회사를 통해 완벽하게 합법적으로 미국 정치권에 돈을 넣을 수 있다”며 “‘주식회사 일본’은 자동차와 전자산업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미 의회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독특하게 자리매김 돼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사를 부정하고 피해 당사국을 모독하는 아베의 ‘돈다발’에 미국 의회가 매수됐다는 식이다.
 포브스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편집장을 지낸 핑글턴은 아베 총리를 “일본 총리로서 처음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는 특권을 받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이래 의회 연설에 가장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지금까지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등이 연설 초청을 받았는데 (아베 총리의 연설로) 미 상·하원 합동연설의 가치가 추락됐다(debased)”는 것이다. 직격탄이다.
 일본은 1941년 12월 선전포고도 없이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공습했다. 450대의 항공기를 실은 6척의 일본 항공모함이 하와이 근해에 접근해 진주만을 공습했고 정박해 있던 7척의 미국 전함 가운데 5척이 격침되고, 200여 대의 항공기가 파괴되었으며 2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미군 해군력을 격파한 일본은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를 손쉽게 점령하였다. 이를 계기로 미국은 중립을 깨고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되었으며 태평양전쟁은 확전됐다.
 미국은 한국, 중국과 같이 일본제국 군대의 희생자다. 일본은 미국을 공격한 대가로 세계 최초로, 그리고 유일하게 2발의 원자폭탄 세례를 받았다. 미군에 점령당한 일본은 미군정에 의해 통치됐고 전범(戰犯)들은 처형됐다. 독일 나치와 마찬가지로 일본은 전범국가다.
 그럼에도 아베는 전범들이 합사(合祀)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때만 되면 공물(供物)을 바쳐왔다. 종군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부정하며 군국화를 서두르고 있다. 그런 아베가 미국 상하원 양원에서 연설을 하게됐다. 핑글턴은 “일본 역사상 가장 해악스러운(most toxic) 총리”의 양원 연설이라고 직격탄을 퍼부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말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차관은 워싱턴DC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동북아 과거사 갈등과 관련해 한국, 중국, 일본 모두가 책임이 있다고 공동책임론을 제기했다. “한국과 중국이 소위 ‘위안부’ 문제를 놓고 일본과 논쟁하고 있으며 역사교과서 내용, 심지어 다양한 바다의 명칭을 놓고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면서 “이해는 가지만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셔먼 차관이 “한·중·일 세 나라 모두의 책임”이라고 언급했지만 사실상 한국과 중국을 겨냥한 발언이다.
 미국은 확실히 일본에 기울어 있다. 그 이유는 중국의 부상(浮上)이다. 중국이 미국과 견주는 대국으로 성장하면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필요를 느꼈고, 그 견제력을 일본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과거의 적대국(일본)을 동지로 삼고, 과거 적대국(일본)으로부터 피해입은 중국을 견제하는 데 급급한 셈이다.
 미국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지킴이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간 파병 모두 세계평화의 수호자를 자임한 미국의 대외활동이다. 그런 미국이 과거 전쟁범죄를 미화하는 일본의 아베를 상하 양원에 초청해 연설을 하도록 했다. 미국의 양심이 일본의 ‘돈다발’에 취했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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