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절망하게 만든 ‘기업인 출신 정치인’
  • 한동윤
국민 절망하게 만든 ‘기업인 출신 정치인’
  • 한동윤
  • 승인 2015.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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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윤 주필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성완종 리스트’로 대한민국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성 전 경남기업 회장이 야산에서 자살하면서 남긴 ‘성완종 리스트’에 박근혜 대통령 실세들이 망라되자 박 대통령이 곤경에 빠졌고, 국정운영까지 엉망이 된 것으로 비쳐질 정도다.
 특히 성 전 회장이 이른바 ‘뇌물 리스트’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죽음’에 한없이 너그러운 우리 풍토가 작용해 성 전 회장을 마치 희생자로 추도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성 전 회장이 줬다는 뇌물이 사실인지 여부를 떠나 ‘성완종 메모’에 오른 정치인이 모두 악마(惡魔)로 간주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성 전 회장의 실체다.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그가 남긴 상처는 간단치 않다. 그는 우선 1조3000억원의 빚을 지고 떠났다. 그에게 앞 다퉈 자금을 지원한 신한·농협·국민 등 굴지의 은행들이 경남기업으로부터 회수할 수 있는 돈은 20%도 안 된다. 남은 부채 1조원은 국민 혈세로 메워야 한다.
 성 정회장은 ‘기업-정치인’이다. 기업과 정치를 넘나든 이중적 가치를 지닌 철저한 정상인(政商人)이다. 정치를 위해 기업이 존재했고, 기업을 위해 정치가 절실했던 인물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두 차례나 정치헌금으로 감옥에 가고 애써 딴 국회의원 금배지를 부여잡고 정치권 실세들에게 금전 로비를 했을리 만무하다.
 성 전 회장은 250억 원의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와 800억 원대 사기 대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그는 구속영장이 청구된 다음날 구속영장심사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서울 야산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자살 직전 기자회견을 자청해 “매우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성 전 회장은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상경해 온갖 궂은 일을 다 했다. 건설업에 뛰어들며 승승장구했고 대아건설과 경남기업 회장을 지내며 기업인으로 자리잡았다. 경남기업 인수 후 2000년대 중반부터 2011년까지 문제가 된 해외 자원개발에 참여했고, 정치로 눈을 돌려 2003년 김종필 당시 자민련 총재의 특보단장을 지냈고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당시 후보를 지원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았다.
 성 전 회장이 경남기업을 인수한 건 노무현 정권 때다. 그가 경영하던 대아건설은 경남기업에 비교하면 코끼리 비스킷 정도의 기업이었다. 그러나 그는 누구의 도움인지 모르지만 두꺼비가 구렁이를 삼키듯 경님기업을 인수했다. 2006년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충남지사 시절 경남기업이 충청권의 관급, 민간공사 등을 합쳐 수주한 실적은 무려 78%다. 그런 그가 이 전 총리에게 ‘3000만원’을 줬다고 폭로해 이 전 총리를 낙마시켰다.
 그는 서산장학회와 충청포럼 및 ‘백제인의 미소’를 뜻하는 ‘백소회’ 등을 통해 정치인맥을 쌓았다. 충청도 맹주인 JP에게 접근해 30억원이 가까운 정치자금을 전달하면서 국회의원 금배지를 꿈꿨지만 금배지커녕 사법처리 되고 말았다. 금배지에 대한 열망이 JP 정치헌금으로 이어졌지만 역시 실패하고 말았다.
 두 차례 사법처리 된 그가 눈 돌린 곳은 노무현 정권이다 그는 기적처럼 노무현 정권에 의해 특별사면을 받았고, 두 번째 사면이 바로 지금 문제가 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마디로 그는 ‘로비의 천재(天才)’다.
 성완종은 사라졌지만 지금도 국회에 똬리를 틀고 있는 정치와 돈의 검은 고리는 여전하다. 집권당 의원이 대주주였던 철강업체가 3년 만에 매출이 2배, 순익이 15배나 뛰었다는 조선일보 보도는 국민들을 절망케 한다. 뿐만 아니라 새정련 의원이 대주주와 회장을 지낸 항공회사도 같은 기간 매출이 2배 이상 늘었고, 흑자로 전환됐다고 한다. 그는 국회에서 자신이 소유했던 업체와 관련한 발언을 더 많이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완종 같은 기업인-정치인은 본인은 물론 그를 지지한 유권자들의 불행이다. 기업인을 정치인으로 키우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기보다 더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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