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신당’은 호남 자민련?
  • 한동윤
‘천정배 신당’은 호남 자민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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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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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거시기한 지역주의 정당의 부활

▲ 한동윤 주필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4·29 국회의원 재·보선 광주 서을에서 당선된 천정배 무소속 의원은 당선되자마자 “새정치민주연합에 좋은 사람이 많다. 절반 정도 빼올까요?”라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또 지난 30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뉴 DJ(김대중)’들을 확실히 키워 내년 4월 총선에 같이 나가겠다”며 “20명 이상 이기면 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정연 내에도 계파 패권주의로부터 자유롭고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분들이 있다”며 “선거란 게 급격한 정치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계기”라고 호언장담했다. 결국 ‘천정배발 호남 신당’은 말할 것도 없고 새정연을 붕괴시키겠다는 야심까지 드러냈다.
 천 의원의 기세등등은 광주시민들 사이에서도 뒷받침된다. 4·29 재·보선 직후 광주 민심을 전한 한겨레에 따르면 “그동안 ‘새정치’를 많이 찍었제라. 근디 이번에는 그 아저씨(천정배 후보)가 돼야 바꿀 것을 바꾸지요”라는 반응이다. “새정치연합에 본때를 보여줘야제. 속이 시원해”라는 한 식당 주인 코멘트도 곁들였다.
 “‘민주당’(새정연)이 정신 차려야지요. 시민들 인식은 변하는데, 당만 보고 찍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판”이라는 한 시민의 발언도 등장했다. 한겨레는 이를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옐로우 카드’라고 평했다.
 한겨레는 광주 시민들의 문재인 대표 리더십에 대한 평가도 소개했다. ‘계파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태’에 반감이 컸다는 것이다. “친노들이 설치는 것에 대해서는 반감이 있다”라는 코멘트도 소개했다. “어쩐지 친근감이 없고, 거리감이 좀 느껴지고…. 친노가 좌지우지하고 자기 측근 세워선 안 되지요. 관악을도 친노 후보 세울 일이 아니지”라는 한 50대의 반응을 전했다. 박구용 전남대 교수(철학)는 “새정연은 당권싸움과 자리에만 관심을 가져왔다”는 발언도 곁들였다. 천정배 의원의 호언장담이 근거 없는 것은 아닐 가능성이 높아졌다.
 ‘천정배 신당’이 고개를 들고 ‘광주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새정연내의 호남출신 의원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박주선 의원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고, 지난 30일 의원총회에서는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전체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 지역구는 광주 동구다.
 박 의원에 앞서 주승용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 패배에 대해 지도부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나부터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의원총회에서도 다시 한번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의 지역구도 호남이다. 호남의 동요를 보여주는 케이스다.
 그러나 문 대표는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제가 부족했다. 저의 부족함을 성찰하고 절체절명의 각오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비노계는 “책임에 대한 언급이 부족하다. 패장이 할 소리가 아니다”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4·29 재·보선 참패 후유증이 계속될 전망이다.
 천정배 의원의 ‘호남 신당’은 태동이 시작됐다. 그의 장담대로 새정연 호남 의원들이 무더기 이탈해 ‘호남신당’에 가세하고 20명 이상이 당선되면 ‘호남신당’은 당당하게 국회 원내교섭단체로 등록하게 된다. 과거 김종필 총재가 충청도를 기반으로 ‘자민련’을 창당하고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한 것과 같다.
 호남 신당이 출현해 원내교섭단체를 꾸리면 호남 신당은 자민련처럼 1997년 대선 때의 DJP연대처럼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새정연 사이에서 결정적인 카드를 행사할 수도 있다. 호남 신당이 노리는 게 그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천 의원은 재보선 과정에서 DJ를 업고 선거를 치렀다. 그가 의지한 것은 오로지 ‘호남지역주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 의원이 금배지를 달았고, 호남신당이 20명 이상의 당선자를 낼 수도 있지만 그건 분명 정치후퇴다. 자민련이 충청 지역주의를 고착시켰듯 DJ 이후 다시 호남지역주의를 자극하는 퇴보(退步)를 의미한다. 이에 대해 천 의원은 “호남을 강조하는 이유는 호남에서는 분열 프레임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새정연 분열이 시작됐는데도 그는 “호남에서는 분열 프레임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호남 신당’은 “참 거시기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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