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직업이 탄생했다. 낮에는 재벌회장, 밤에는 조폭 두목이 그것이다.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이 자기 아들이 술집에서 얻어 맞고 들어오자 경호원이라는 주먹부대를 대동하고 술집으로, 야산으로 출몰하며 폭력을 행사한 모습이 그렇다. 그 과정에서 권총을 겨눴다는 얘기는 또 뭔가.
한화그룹은 우리나라 굴지의 재벌이다. 김 회장의 사회 활동도 왕성하다. 그런데 그의 뒤에는 조폭급 주먹부대가 진을 치고 있다. 아들이 술집에서 시비 끝에 몇 대 맞고 들어왔다 치자. 그게 경호부대를 동원해 폭력행사 술집종업원을 찾아 밤새 거리를 헤매는 이유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왜 자기 아들이 잘못해 맞았는지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없었을까. 김 회장 아들이 술집에서 시비가 붙자 “내가 누군지 아느냐”고 대들었다는데 재벌회장 아들의 행실이 이래서야 곱게 넘어가 주기도 어려운 일 아닌가.
술집 종업원들을 청계산 자락 창고에 데려가 김 회장이 직접 아들이 맞은 부위인 술집 종업원의 눈을 집중 가격했다고 한다. 경호원들은 땅을 파 “파묻어 버리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일본 야쿠샤, 미국 마피아나 저지를 수 있는 범죄다. 또 아들을 때린 술집 지배인을 무릎 꿇려 놓고 권총을 그에게 겨냥했다는 보도다. 이건 완전 갱단 모습이다. 폭력을 행사한 뒤 100만원을 주며 “화해하자. 잊어라”고 했다는 얘기다. 돈이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이 참 기가막히다.
김 회장이 도대체 어디서 권총을 구해 소지하고 나녔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초동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뒤늦게 이런 사실이 언론에 먼저 보도된 걸로 미뤄 경찰이 제대로 수사 할지도 의심스럽기는 하다. 그럼에도 김 회장은 문제가 커지자 아들을 외국으로 빼돌렸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본인은 경찰의 소환요구를 이유없이 거부했다. 이럴 땐 조폭두목이 아니라 돈으로 공권력까지 좌지우지하는 재벌회장이다.
마침 청와대가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청와대 지시가 없다 해도 흐지부지 넘어가선 안되는 중대 범죄다. 조직폭력 사주와 행사는 중죄다. 김 회장이 권총을 겨냥했고, 직접 주먹을 휘둘렀다면 구속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경찰이 이번에도 재벌 눈치보듯 흐지부지 수사한다면 검찰이 나설 수밖에 없다. 돈으로 안되는 일, 돈으로 해서는 안되는 일이 있다는 걸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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