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고전 박씨전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용골대 아무리 용맹한들 박부인의 도술을 어찌 당하리요. 수족을 놀리지 못하고 혼비 백산하여 이에 애걸하여 가로되 소장이 눈이 있어도 망울이 없어 존위를 범하와 죽을 죄를 범하였사오니 측은히 여기사 잔명을 사로시면 이 길로 본국으로 돌아가고자 하나이다.” 이 대목에 나오는 ‘눈이 있어도 망울이 없다’는 표현은 속담이다. 정확하게 사물을 관찰할 줄 모른다는 뜻으로 국어사전에 풀이 돼있다.
지난해 7월 경북지역은 구제역이 발생해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의성에서 발생한 이 구제역은 인재(人災)였다고 정부가 스스로 인정하고 나섰다. 농민들이 백신 효능이 의심스럽다는데도 백신 주사를 게을리한 탓이라고 축산농민들에게 책임을 미뤘던 게 지난해 얘기다. 농림축산수산부가 지난 3월 한 달 동안 감사를 해보니 그게 아니었음을 밝혀냈다는 소식이다.
한마디로 ‘물 백신’만 열심히 주사하다가 이곳 저곳으로 구제역이 번져나가게 했다는 얘기다. 그러고도 농민들만 닦달했으니 코미디다. 이 물 백신을 좋아했던 방역 담당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징계를 받게 된다고 한다. 중징계를 받는 사람도 있다나 보다. 책임자급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눈이 있어도 망울이 없었던’잘못을 저질렀으니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뒷말이나 나오지 않으면 좋겠다. ‘눈을 떠야 별을 본다’고 한다. 어떤 결과를 얻으려면 거기에 필요한 일을 차례대로 해야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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