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발상국’ 답게 민주주의로 ‘국가부도’ 선택한 그리스
  • 김용언
‘민주 발상국’ 답게 민주주의로 ‘국가부도’ 선택한 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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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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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살림 줄일 수 없다” ‘배 째라’는 그리스 국민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그리스 국민들은 5일(현지시각) 실시한 국민투표에서, 반대 61.5%, 찬성 38.5%로 ‘긴축정책을 대가로 구제금융을 제공하겠다’는 국제 채권단의 협상안을 거부했다. 그리스 유권자 약 985만명은 “유럽연합(EU) 집행위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 25일 유로그룹 회의에서 제안한 ‘긴축 조건부 구제금융’ 질문에 반대함으로써 ‘화끈하게’ 국가파탄을 선택했다. 민주주의 발상국다운 선택이다.
 그리스의 국가부도를 막기 위해 지원된 자금이 무려 300조원이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이다. 그러나 그리스는 이 돈을 경제살리기에 쓰지 않고 국민들 주머니 채우는 데 썼다. 복지를 줄이는 대신 복지 확대에 투입했다. 이미 거덜난 국가재정은 곧 바닥이 드러났다. 그러자 그리스는 또다시 EU집행위, ECB와 IMF에 손을 내밀었다. “돈을 더 달라”는 것이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외부 세계가 지원을 거부하고, 긴축정책을 거듭 요구하자 국민투표를 들고 나왔다. “국민투표에서 반대가 크면 부채 탕감 등이 포함된 더 좋은 협약을 48시간 안에 체결하고, 은행 영업을 7일부터 재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부 채권단은 긴축정책을 포기한 그리스에 돈을 더 퍼붓는 것은 ‘밑빠진 독’에 불과하다며 거부할 태세다.
 이렇게 되면 유로화가 부족해진 그리스는 물가 상승 등 경제 혼란을 견디지 못하고 독자 화폐를 발행해 사실상 유로존 탈퇴(그렉시트)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치프라스의 국민투표 도박이 그리스를 벼랑끝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리스 국민투표 직전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그리스가 긴축정책 반대를 선택하면, 외부 자금을 지원받지 못해 의료시스템이 붕괴하고 전력도 끊겨 아마겟돈(최후의 전쟁) 같은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그리스의 운명은 6일(현지시간) ECB 회의 결과에 따라 좌우되는 비극적인 상황이다.

 그리스 최대 채권국은 프랑스와 독일이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도 긴급 회동을 갖는다. 서구 문명의 본산지인 그리스가 프랑스와 독일 두 나라 지도자의 입만 바라보는 딱한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흥청망청 써대기에만 바빴던 복지 포퓰리즘이 몰고온 비극이다.
 그리스 국민투표에는 세대간 갈등이 극대화됐다. 긴축재정에 반대표를 던진 정치학 전공 대학생은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기성세대는 매국노와 다름없다”고 공격했다. 반면 그리스 투자은행원은 “어린 세대는 책임감이 없다. 유로화를 버리면, 그리스가 북한·쿠바 같은 꼴이 될 것”이라고 젊은 세대의 철없음을 비난했다. 그리스 국민투표는 결국 분노한 젊은 층 80%가 반대표를 던짐으로써 국가부도를 자초하고 말았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국민들이 EU채권단의 제안을 거부하자 “민주주의는 협박 당하지 않는다”며 “그리스는 협상에 복귀할 것이나 이제는 부채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빚을 떠안고 있는 신세이면서도 “배 째라”며 살림살이를 줄이지 않겠다는 투정으로 들린다.
 그리스의 국가부도는 우리에겐 반면교사다. 좌파 교육감 후보들의 ‘무상급식’에서 시작된 공짜 복지로 나라 재정이 멍들고 있다. 그런데도 어느 자치단체장은 ‘무상 교복’, ‘무상 산후조리원’을 꺼내 들었다. 내년 국회의원총선에서 여야와 후보들이 또 무슨 공짜 카드를 들고 유권자들을 홀릴지 모른다.
 정치인들이 달콤한 공짜 카드를 들고 나올 때 누군가 “그리스를 보라”, “나는 긴축을 선택하겠다”고 외치는 후보가 한 사람쯤은 나와야 한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그 후보를 ‘화끈하게’ 밀어줘야 한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이 그리스의 뒤를 따라 국가부도의 수렁으로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우리도 치프라스 같은 정치인이 나오지 않도록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해야 한다. 국가를 살릴 능력도 없으면서 ‘국민표’놀음으로 국민을 인질 삼는 포퓰리스트를 만나면 나라도 국민도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돈 크라이 포미 아르헨티나’가 아니라 ‘크라이 그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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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모수 2015-07-08 02:05:27
구구절절이 명언이요...이걸 번역해서 치프라스와 그리스 노예들에게 들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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