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 · ‘국제시장’ · ‘연평해전’ 성공이 말해주는 것
  • 김용언
영화 ‘명량’ · ‘국제시장’ · ‘연평해전’ 성공이 말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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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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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나라를 위해 간 분을 홀대하는 것은 (나라가) 썩은거 아닙니까?” 2002년 6월 29일 제2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한상국 중사의 부인 김종선씨가 2005년 4월 24일 사실상 미국으로 망명하며 대한민국에 남긴 울부짖음이다. 김씨는 “전사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했는데 영 아니더라고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어요”라며 다시는 대한민국으로 안 돌아올 것처럼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바로 그 한상국 중사가 전사 13년 만에 지난 10일 제2함대사령부의 추서 진급 건의에 따라 상사로 진급했다. 이 결정은 해군본부 전공사망심사위원회가 고 한상국 상사의 전사일을 제2 연평해전 당일인 2002년 6월 29일에서 그의 시신을 인양한 같은 해 8월 9일로 변경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한 중사는 유족 보상금이 상향 조정되는 등 상사 전사자의 예우를 받게 됐다.
 제2 연평해전 때 침몰한 해군 고속정 참수리 357정의 조타장이었던 한 상사는 고속정과 함께 바다에 가라앉은 뒤 1개월여 만에 인양됐다. 해전 당시 한 상사의 계급은 하사였으며 국방부는 해전 직후 군인사법 시행령에 따라 1계급 특진된 중사로 추서했다. 유족들은 그동안 한 상사가 해전 당시 중사 진급을 불과 이틀 앞둔 진급 예정자였던 점을 들어 그의 상사 진급 추서를 요구해왔다.
 “12시간씩 수퍼 점원일을 하지만 남편을 생각하며 힘을 냅니다. 불에탄 남편의 신분증을 놓고 혼자만의 추도식을 열어요. 전 그 때나 지금이나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 다만 남편의 죽음을 당당하게 알리지 못하게 했던 사람들이 미웠던거죠.” 한 상사 부인 김종선씨가 2006년 캐나다에서 국내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 때만 해도 김씨는 대한민국으로 돌아올 생각이 없었다. ‘남편의 죽음을 당당하게 알리지 못하게 했던 미운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명박 정부가 집권한 뒤인 2008년 4월 미국으로 떠난 지 3년만에 귀국했다. 이명박 정부가 서해교전 희생자 추모제를 정부 주관으로 격상하기로 했다는 방침을 듣고 귀국을 결심했다. 김씨는 공항에서 “서해교전 당시 부상한 장병들에 대해 국가유공자 인정이 필요하다면서 희생 장병들의 명예회복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는 김씨를 전쟁기념관에서 근무하도록 배려했다. 김씨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이 일을 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2차 연평해전이 점점 잊혀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까웠거든요. 전쟁기념관 전시물은 6·25전쟁과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지만 기회가 된다면 7년 전 겪었던 해전과 장병들의 희생도 있는 그대로 전하고 싶습니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씨는 2013년 경기도 광주시 9급 경력직 시험에 합격해 민원지적과에 근무하고 있다. 남편의 ‘상사’ 진급 추서로 부인 김종선씨의 한(恨(한))이 얼마나 풀렸을지 모를 일이다.
 김씨는 연평해전 희생자 유가족을 위한 영화 연평해전 시사회에 참석해 시어머니와 껴안고 한참을 울었다. “너무 많이 울어서 정신이 없었어요. 41일 만에 남편 시신을 인양했는데 영화에 그 장면이 나와서 13년 전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그 시간 동안 하루에도 수백 번씩 천국과 지옥을 넘나드는 기분이었어요. 그때 심정이 생생하게 기억이 나서 가슴이 아픕니다” 한 상사의 어머니 문화순씨도 “아들 시신을 찾는 장면에서 며느리와 함께 엉엉 울었다. 고맙기도 하고 서럽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한 상사가 전사한 해 나라를 원망하며 쓸쓸히 캐나다로 떠났다가 돌아온 김씨는 2008년 ‘김한나’로 개명했다.
 성웅 이순신 장군 구국의 정신을 영화로 승화시킨 ‘명량’을 1000만 관객이 봤다. 6·25 전쟁의 폐허에서 산업화를 성공시킨 세대를 그린 영화 ‘국제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 연평해전은 그 하이라이트다. 연평해전 상영관에 몰려드는 20~30대 관객은 대한민국의 희망이다. 서해에서 40여일 만에 수습된 한상국 상사 손에는 참수리호 ‘키’가 쥐어져 있었다. “나라를 위해 간 분을 홀대하는 것은 (나라가) 썩은 거 아닙니까?“라는 한 상사 부인의 절규(絶叫))를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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