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의 요괴’ 벌쳐 펀드에 혼쭐난 三星
  • 김용언
‘세기말의 요괴’ 벌쳐 펀드에 혼쭐난 三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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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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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삼성 공격은 해외 투기자본이 국내 기업의 취약한 지배구조를 무자비하게 파고들 것이라는 불길한 예고다. 국내법이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취약하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해외 기업 사냥꾼들을 저지할 마땅한 방패가 없다는 것이다. 경제계 저승사자 엘리엇으로부터 공격받은 삼성은 작은 사례에 불과할 뿐이다.
 삼성은 엘리엇의 공격을 일단 선방(善防)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이 지난 7일 기업 사냥꾼 엘리엇과의 두 번째 법정 다툼에서 승기를 잡은 것이다. 삼성물산이 지난달 11일 자사주 889만 주(5.76%) 전량을 KCC에 매각한 행위가 △ 기존 주주의 권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지 △ 처분 목적이 정당한지 여부가 재판의 핵심이었다.
 엘리엇은 “특정 우호세력(KCC)에 자사주를 매각해 기존 주주의 의결권이 부당하게 희석됐고, 오직 대주주 지배권을 위해 매각됐다”며 의결권을 제한할 것을 요청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매각되는 순간 의결권이 다시 부여된다. 엘리엇과의 지분 싸움에 나선 삼성 측으로서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다. 삼성이 이걸 지킨 것이다.
 재판부는 “회사가 자사주를 보유한 동안 다른 주주들이 실제 지분에 비해 증대된 의결권을 누리는 것은 ‘반사적 이익’에 불과하다”며 자사주 처분으로 의결권을 되살리는 것이 부당하지 않다고 해석했다.
 또 자사주 처분이 경영진의 지배권 유지 목적으로만 이뤄져 일반 주주 이익에 반대된다는 엘리엇의 주장도 인정받지 못했다. 재판부는 자사주 매각이 합병 성사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합병 필요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합병 성사를 위한 자사주 처분도 정당하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13일 엘리엇의 삼성 공격을 계기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국내 기업들은 헤지펀드의 공격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와 ‘그렇지 않다’라는 답변이 40명 중 32명(80.0%)이나 됐다. 10명 중 8명이 국내 기업들의 대비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국내기업이 투기자본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공통적으로 우려한 것이다.
 국내 기업들에 충분한 대비책이 없다고 보는 이유에 대해서는 ‘법적, 제도적 장치 미흡’이 43.1%로 가장 많다. 이어 ‘적극적인 경영권 방어에 대한 사회의 비판적 시선’이라는 답변도 27.5%나 됐다. 반(反)기업 정서로 말미암아 기업들 스스로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정부나 정치권에서도 “대기업에만 혜택을 주려 한다”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이 같은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10년 법무부가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경영권 분쟁 시 기존 주주가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권리)’ 도입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폐기됐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국민 정서상 대기업 특혜로 비쳐서’(41.5%)와 ‘경제민주화 등 정치적 상황 변화’(30.8%)를 가장 많이 꼽았다. ‘국민 정서’ 때문에 국내기업들을 국제 사냥꾼들의 손에 넘겨줬다는 기막힌 현실이다.
 해외 헤지펀드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복수 응답)으로는 가장 많은 31.4%가 ‘차등의결권 도입’을 선택했다. 대주주의 주식에 대해 보통주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미국 일본 등 해외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보편화된 제도다. 그러나 이런 제도적 장치보다 우리나라 기업에 필요한 것은 “우리 기업은 우리가 지킨다”는 국민 의식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벌이 국민과 등을 져선 안된다. 돈을 벌면 재투자하지 않고 금고에 쌓아 두고, 중소기업 영역을 침범해 중소상공인 밥그릇을 빼앗는 짓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또한  불법-탈법을 동원해 자식들에게 재산과 기업을 상속시키고, 기업 상속을 위해 자식들의 계열기업에 일감을 몰아 주는  행위부터 중단해야한다. 재벌이 정신차리지 않으면 국민이 엘리엇처럼 재벌을 공격하고 나설지 모른다.
 재벌이 국민경제에 기여하고 부(富)를 나누려고 한다면 국민이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을 물리치겠다고 나설지 모른다. 삼성이 KCC와 국민연금을 동원하지 않아도 삼성 주식을 사주겠다고 나설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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