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공항이 1200만원에 팔려?
  • 김용언
국제공항이 1200만원에 팔려?
  • 김용언
  • 승인 2015.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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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무려 1 조(兆)3000억원을 투입한 국제공항이 그 10만분의 1인 1만유로(1250만원)에 팔려나갈 위기에 맞닥뜨렸다는 기사가 소개됐다. 스페인 법원이 지난 6일 중부 소도시의 ‘시우다드 레알 국제공항’을 경매에 부쳤더니 중국 국제투자그룹 ‘트자넨(Tzaneen) 인터내셔널’이 유일하게 1만유로(1250만원)를 써냈다는 내용이다. 황당하다.
 AP통신은 “법원이 최저 낙찰가 2800만유로(약 350억원)에 미치지 못해 9월까지 입찰을 연장하기로 했지만, 더 좋은 조건이 없으면, 이 계약이 그대로 성사될 것”이라고 19일 보도했다. 1조3000억원짜리 국제공항이 1200만원에 팔려나가게 될 운명이라는 얘기다. ‘헐값’보다 더한 ‘똥값’이라고나 해야 실감이 나게 생겼다. 
 ‘시우다드 레알 국제공항’은 2008년 12월 개항했다. 온갖 첨단장비를 갖춘 최신 공항이다. 활주로 길이만  4km나 된다. 유럽에서 가장 길다. 터미널은 한 해 1000만명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로 지었다. 그러나 개항 2년이 지나도록 국제선은 단 한 편도 유치하지 못했다. 결국 2012년 4월 파산하고 말았다.
 ‘시우다드 레알 국제공항’은 자동차로 2시간 거리인 마드리드 국제공항 때문에 애초부터 경쟁력이 없었다. 그러나 당시 ‘시우다드 레알’ 시(市)를 장악한 좌파 사회노동당(PSOE)은 “공항 건설로 일자리 6000개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하며 밀어붙였다.
 ‘시우다드 레알 국제공항’은 돈키호테같은 행정가들의 실패작이다. ‘시우다드 레알’뿐만 아니라 좌파들이 앞다퉈가며 지었다가 문 닫은 스페인의 지방공항은 카탈루냐와 발렌시아에 2곳 더 있다.
 우리나라에는 인천공항을 제외하고 모두 14개의 지방 공항이 있다. 16개 시·도마다 거의 하나꼴로 공항이 있는 셈이다. 땅 넓이가 우리의 98배인 미국에는 약 400여개의 지방 공항이 운영되고 있다. 인구도 적고 국민소득도 크게 낮은 우리나라가 단위 면적당 지방 공항의 수는 미국의 3.4배나 된다.

 14개 지방공항 중 적자(赤字)를 내지 않는 공항은 김포와 김해, 제주국제공항 세 곳뿐이다. 나머지 11개 공항의 연간 손실을 합하면 507억원이나 된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적자를 줄이려 갖은 묘수를 짜내도 이용객이 없으니 도리가 없다”고 했다. 11개 적자 공항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1560여명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버스 정류장의 하루 이용객 수(평균 9700명)의 6분의 1 수준이다. 한화갑공항 (전남 무안국제공항-시설이용률 2%), 김중권공항 (경북 울진공항-현재 비행훈련센터), 정동영공항 (전북 김제공항-공사중단), 유학성공항(경북 예천공항-폐쇄)…. 한때 잘 나갔던 정치인들이 자기 지역에 공항을 끌어들인 결과다.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이 남긴 흔적들이다. 그 뒤치다꺼리는 국민이 낸 세금 몫으로 남는다. 경북 울진공항은 AFP가 선정한 ‘2007년 황당뉴스’에 선정되기도 했다. 스페인 ‘시우다드 레알 국제공항’의 망신을 우리가 이미 겪었다는 얘기다.
 KTX가 부산~광주까지 연결되면서 지방 공항의 여객 수요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은 광주와 무안은 64.5%, 울산은 60.7%, 여수는 47.1%의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3000억원을 들인 무안국제공항은 인근 광주공항과 지역갈등까지 빚었지만 하루 이용객 274명, 이용률 2%에 불과했다. 김제공항은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명나면서 초기 사업비 480억원만 날리고 건설 계획이 취소됐다.
 일본도 부실한 수요예측과 선심성 지역사업이 맞물리면서 98개의 지방공항이 난립했다. 2010년 3월 기준 흑자를 기록하는 곳은 하네다, 나하(오키나와) 등 8곳에 불과해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90여개가 만성적자에 시달리면서 큰 사회 문제가 됐다. 경영위기에 빠진 일본항공(JAL)은 지역 정치인들의 압력으로 노선을 억지로 늘렸다가 손실만 떠안고 말았다. 역대 자민당 정권의 선심정책에다가 각 지자체가 앞다투어 공항개설에 나서 난립했기 때문이다.
 지방을 다니다 보면 공사하다 중단된 채 흉물이 된 도로와 건물이 곳곳에 방치돼 있다. 지역 정치인과 자치단체장의 공약에 따라 삽질만 하다가 덮어버렸기 때문이다. 그 흙바닥에는 국민들의 세금이 들어있다. 스페인 유령공항 ‘시우다드 레알 국제공항’의 비극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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