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는 증거가 또 드러났다. 군 고위장성 자식들이 군대에서 편한 보직에 배치돼 여유롭게 군생활을 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데 이어 경찰 고위 간부 아들 가운데 절반 가량이 의경으로 군복무를 대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경은 경찰내의 ‘꽃보직’으로 통한다.
의무 경찰은 군대에 가지 않고 경찰에서 병역을 대신한다. 각종 집회 시위와 교통정리, 방범순찰 등에 동원되기 때문에 주로 도시에서 근무한다. ‘전방’ 개념이 아예 없다. 그러다 보니 군대 보다 외출 외박도 자유로워 입영 대상자들에게 인기다. 상식과 한국사 등 시험을 치르는 적성검사부터 면접까지 5단계를 거친다. 작년에는 경쟁률이 15대1이나 되어 ‘의경고시’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그런데 한 조사결과, 자식이 군 복무 중인 총경 이상 경찰 간부 102명 가운데 48명, 약 47%는 아들이 의경 복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전체 현역 입영 대상자 26만여명 중 의경 비율 5.4%의 9배나 된다. 이들 중 52%는 비교적 여유로운 국회경비대나 청와대 외곽경비대, 경찰청 등 이른바 ‘꽃보직’을 맡고 있다.
아버지가 일하는 지방청 소속의 의경인 경우도 54%나 됐다. 아버지가 지휘하는 경찰서에서 그 자식이 의경으로 복무하면 상관이나 동료가 그 의경을 어떻게 대우할지 상상하기조차 피곤한 일이다. 이건 병역기피보다 더 악랄한 병역의무 모욕이다. 한 의경 전역자는 “높은 분들 자제들이나 경찰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 아들이 좋은 데로 빠졌다는 소문이 많이 났었다. 군대 보다 빽이 잘 먹히는 데가 경찰”이라고 개탄했다.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현역 장성(將星)인 ‘별들의 아들’이 주로 보급병, 군악병, 복지지원병, 시설관리병, 군종병, 창고병, 통역병, 전산운영병, 배차병 등 근무여건이 좋은 ‘꽃보직’을 받아 복무 중이라는 사실이 폭로됐다. 통상적 육군 전투병 근무 비율이 50%인데 비하면 별들의 아들 가운데 18%만이 전투병으로 복무한다는 것이다. 2011년 국정감사에서다.
더구나 군복무 중인 현역 장성 아들 39명 중 6명이 해외에 파병된 사실도 드러났다. 전체 사병 중 해외 파병자가 1% 미만인 사실과, 해외파병 평화유지군 평균 경쟁률이 11대 1이나 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현역 장성 아들 39명 중 6명의 해외 파병’은 파격적이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이뤄졌다는 의심이 들만 하다. 뿐만 아니라 해외 파병 ‘장군의 아들’들이 위험지역인 아프간 ‘오쉬노 부대’에는 한 명도 없고 안전한 레바논 동명부대와 아이티 단비부대에 집중됐다는 것도 해괴한 일이다. 자이툰 부대 사병은 월 1809달러의 기본 수당 외에 위험도에 따라 기본수당의 135%를 추가로 받았다. 동명부대는 사병이 유엔으로부터 한 달 1028달러씩 받는다. ‘별’들의 ‘자식사랑’이 가관이다.
박근혜 정부 권력엘리트의 병역 이행도가 평균 이하라는 사실이 드러난 건 2년 전이다. 10명 중 6명만이 ‘현역’ 군 복무를 한 것도 모자라, 그들 자식의 현역 복무 비율도 일반인 병역 이행률의 90%에 비해 10%나 낮은 8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고위층 2세 현역 복무 대상자 63명 가운데 60%인 38명이 수도권에서 군 복무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16명, 인천 2명, 경기는 20명이고, 강원도 전방부대 근무자는 단 6명에 불과했다. 논산훈련소 입영 고위층 2세 11명 가운데 강원도 지역 배치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논산훈련소에서 주특기 교육을 받고 강원도로 배치받는 현역이 수천 명씩 되는데 그 중 고위층 2세가 하나도 없다는 얘기다. ‘유전후방’ (有錢後方) ‘무전전방’ (無錢前方)이라는 신조어라도 나올 판이다. ‘병역’은 가장 정의롭고 공정해야 할 의무다. 병역의무가 흐트러지면 그 사회는 존재하기 어렵다. 군 장성은 물론 경찰 간부 자식들의 ‘꽃보직’ 논란은 이적행위보다 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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