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영국에 처음 담배를 들여온 월터 랠리는 이런저런 수난을 많이 겪어야 했다. 첫 수난은 자신의 충직한 하인에게서 시작됐다. 주인의 부름을 받고 서재에 들어선 하인은 주인의 콧구멍을 통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고는 기절할듯 놀라고 말았다. 주인에게 줄 맥주잔을 얼굴에 끼얹어 불을 끄려고 했다. 그러고는 층계를 뛰어내려가며 고래고래 악을 썼다. “불이야, 주인님 몸속에 불이 났어요.”
이런 과정을 거쳐 가면서 확산돼온 담배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무시못할 토대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담배 소비가 가져오는 수입 덕분에 찌푸린 미간을 펼 수 있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연초에 담뱃값을 2000원이나 한꺼번에 올려 막대한 세수를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담배 판매량은 1조9000억원 턱밑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판이다. 담배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3분의1 정도 줄었지만 값이 호되게 오른 때문에 세수가 늘었다는 얘기다.
앞으로는 다시 담배를 사러 편의점에 들르는 사람들이 늘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좋아할 수는 없다. 애연가들의 콧털을 잡아 뽑은 꼴이기 때문이다.그래도 좋은 걸 어쩌리오. 슬그머니 뒤돌아서서 웃을 수밖에. 정비석이 “아무도 모르게 나에게만 방그레 웃어 보이던 그 아리따운 웃음”을 언급한 일이 있다. ‘애정무한’의 한 대목이다. 그러나 돌아서서 웃는 웃음은 너무나 음흉해서 사례를 꼽기 힘들다. 상상하면 답은 금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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