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울릉 오징어 어디로?
  • 김성권기자
그 많던 울릉 오징어 어디로?
  • 김성권기자
  • 승인 2015.10.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민 생활고 심각… “유류비 충당도 힘들어”

▲ 이른 아침 오징어 활복을 위해 나온 섬 아낙들이 일거리가 없자 활복용 도구 등을 이끌며 오르막길을 힘겹게 걷는 모습 뒤로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경북도민일보 = 김성권기자]  10월의 첫날 인 지난 1일 오전 7시 어둠이 막 걷힌 동해안 어업전진기지 울릉도 저동항.
 약한 비가 내리는 가운데 전날 연근해 오징어 조업에 나선 어선들이 줄지어 항구로 들어왔다. 배가 접안하자 수협 직원의 종소리와 함께 현장 경매가 열렸지만 어민들 표정은 밝지 않았다.
 상자안에 가득 차 있을 오징어는 없고 빈상자만 갑판위에 수복이 쌓여있었다.
 넘쳐 나는 오징어로 분주해야 할 어판장도 한산했다. 오징어가 있어야 할 어판장에는 활복작업을 하러 나온 섬 아낙들이 삼삼오오 모여 내뱉는 한숨소리만 가득찼다.
 오징어로 꽉 차 있어야 할 횟집 수족관도 대부분 비어 있었다.
 문성호 정석균(52)선장은 “이맘때면 오징어가 많이 잡혀 눈코 뜰 새가 없어야 하는데 이렇게 오징어가 잡히지 않으니 기가찰 노릇이다”며 “유류비도 충당못하지만 설마하는 기대감에 조업을 포기 못하는 심정을 어디에 하소연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횟집 상인 신모(60)씨는 “관광객이 오징어를 많이 찾는데 풍성하게 못 줘 미안하다”며 “올해는 오징어가 너무 비싸 관광객들도 대부분 맛만 보고 간다”고 말했다.
 동해와 울릉도의 대표어종인 오징어 어획량이 크게 줄어 울릉도의 어민과 상인이 울상이다. 반면 오징어가 귀하던 서해는 오징어 풍년으로 이어져 황금어장으로 떠올랐다. 수온 변화로 동해와 서해의 오징어 어장이 뒤바뀐 셈이다.
 특히 홍어로 유명하던 흑산도가 요즘은 오징어가 많이 잡혀 흑산도 명물로 떠올랐다고 한다. 오징어 풍어탓에 홍어로 대표되던 흑산도의 풍경도 바뀌고 있다.
 울릉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30일 현재 1155척이 오징어 조업에 출어해10만6600여축(49만여㎏)을 잡아 15억7700여만원의 위판실적을 올린반면 올해 9월 30일 현재 781척이 출어 6만6500여축(26만4000여kg) 9억3400만원의 위판실적에 그쳐 오징어 씨가 마를 정도로 잡히지 않고 있다.
 군 수산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보면 기후변화로 매년 수온이 오르고 있는데 올해는 냉수대가 발생해 그 영향을 아직 받고 있다”며 “평년 수준을 회복한다면 늦게라도 오징어가 많이 잡힐 것”으로 예상했다.
 오징어 활복과 건조로 생계를 꾸려간다는 유모(68·여울릉읍 저동)할머니는 “관광객도 많이 들어와야하지만 무엇보다 오징어 많이 잡혀야 우리 서민들이 먹고 살기가 좋다”며 “어판장에 오징어가 없어 돈벌이가 없는 만큼 벌써부터 찬바람이 부는데 앞으로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현재 동해안 오징어잡이 채낚기 어선 100여 척이 태안군 격렬비열도 인근 바다에서 조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해에는 예년과 달리 냉수대가 밀려온 탓에 어장 형성이 안 돼 오징어를 잡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김경학 울릉군 해양수산과장은 “동해 연안은 수온이 낮고 중심어장이 먼 바다에서 형성돼 조업이 쉽지 않다”며 “서해는 수온이 적합해 오징어가 집단 서식하고 수심도 얕아 조업하기 수월해서 많이 잡힌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