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의 ‘잠 못 이루는 밤’
  • 김용언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의 ‘잠 못 이루는 밤’
  • 김용언
  • 승인 2015.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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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박근혜 대통령을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들은 “박 대통령이 무섭다”고 입을 모은다. 동생 지만씨 일가를 청와대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는 친인척 관리도 매섭지만 ‘유승민 사태’에서 보듯 한번 눈 밖에 나면 칼같이 쳐내는 모습이 그렇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심번호에 의한 국민공천제’에 합의한 직후 청와대 고위 관계자로부터 매섭게 공격받은 것도 박 대통령의 기질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특히 박 대통령은 지난 9월 7일 ‘정치적 고향’인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하면서 대구 출신 새누리당 의원을 단 한 명도 부르지 않아 대구출신 의원들이 박 대통령의 ‘눈 밖’에 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낳았다. 유승민 사태 때 유 전 원내대표를 은근히 편든 대구 의원들에 대한 박 대통령의 분노(憤怒)가 이런 식으로 표출된 것이라는 얘기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박 대통령이 대구 국회의원들을 ‘왕따’한 대신 안종범 경제수석비서관, 신동철 정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천영식 홍보기획비서관 등 청와대 참모들을 동행시켰다는 사실이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내년 총선 때 대구·경북 출마를 희망하고 있다.
 이미 전광삼 춘추관장은 9월 22일 사표를 내고 대구 북구갑에서 뛰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6월 “국민이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고 일갈한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 대구 의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박 대통령의 대구·경북 의원 ‘물갈이’ 의도가 명백해졌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정치 기반을 굳히려면 대구·경북에서부터 인적 개편을 꾀해야 한다. 그러려면 ‘전략공천’ 밖에 방법이 없다.

 김무성 대표가 문재인 대표와 합의한 국민공천제로 가면 현역의원이 절대 유리하기 때문에 박 대통령으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 사이의 ‘안심번호에 의한 국민공천제’ 갈등의 요체가 바로 이 것이다.
 그렇다면 대구·경북의 민심은 어떨까? 지난 9월 30일 데일리안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에서 현역 의원을 교체해야 된다는 의견이 49%로 조사됐다. 지난 8월 조사(37.3%)때보다 11.7%p나 높게 나온 것이다. 전국 최고 수준이다.
 대구·경북지역에서 현역의원 물갈이 여론이 높은 것은 청와대발 대구지역 국회의원 ‘물갈이론’에 자극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의 지역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증거다. 청와대가 ‘전략공천’으로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을 대거 물갈이해도 비명을 지르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대구·경북에 관한한 김무성 대표도 청와대의 전략공천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은 이래서 나온다.
 대구 출신인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최근 한 언론에 대구에서 겪은 추석 민심을  이렇게 전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대구·경북이 대통령을 배출했다는 게 허울만 좋지 뭐가 남았노? 대구가 이제는 인천이나 울산보다 영 못 한기라.” 방직공장을 운영하다 신천시장에서 식당을 하는 심 모(68)씨의 말이다.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19년째 16개 시·도 중에서 최하위권이다.
 박 교수는 이런 분노가 박 대통령에게 직결되진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역 정치인들의 무능,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지 못하는’ 여당 의원들이 질타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지역주의가 심한 곳일수록 의원 자질이 떨어지고 대구는 그 중 가장 심하다는 여론도 전했다. 매듭을 지으면 대구의 정치적 왜소화는 이런 무경쟁의 산물이며, 이들을 교체해야 한다는 게 대구의 민심이라는 것이다.
 대구·경북에 절대적 영향력이 있는 박 대통령의 의중과 이 지역 민심을 감안하면 20대 국회의원 공천 결과는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하겠다면 하는 사람’이다. 전략공천을 놓고 김무성 대표와 한판 붙는 한이 있어도 양보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대구·경북 의원들의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 빌미는 유승민 의원이 제공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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