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 안정주 립싱크展… ‘낯선 작품’ 13점 선봬
봉산문화회관은 내달 27일까지 기획전시 기억공작소의 일환으로 ‘안정주 립싱크展’을 연다.
봉산문화회관 2층 4전시실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낯설게 하기’에 성공한 낯선 작품 13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장 입구 벽에 걸린 사진이 눈에 띈다. 일부 형태들을 오려낸 브뤼셀의 독립문 기념사진이다. 오려낸 공간을 채우는 할로겐 빛의 그림자가 무심하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오랫동안 그리고 자세히 보면 그 오려낸 모양이 자동차와 나무, 깃발,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다. 또 그것이 소리를 내는 것들의 이미지이고, 전시장 안쪽에는 비디오 영상 속 한 장면의 사진을 같은 의도로 오려낸 작업이 3점 더 있다는 사실에 관람객들은 놀란다.
안쪽 벽면의 영상에는, 담배를 피우려고 베란다에 나온 흰 셔츠 차림 남자의 움직임이 스친다. 붉은색 벽을 배경으로 담배를 피우는 화면 속 인물의 호흡과 미세한 움직임에 덧씌워진 소리는 상황에 잘 일치하지만, 원래 현실의 소리가 아닌 사람의 입으로 내는 소리들이다. 조금은 어설프고 웃음이 새나오는 이 한국말 립싱크는 무심한 일상 행위들에 집중하도록 이끄는 묘한 매력이 있다.
뒤돌아 보이는 반대편 벽에는 가운데 모니터와 좌우로 3점의 사진이 전시돼 있다. 모니터에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유럽의 유명 관광지와 그곳을 방문한 사람들을 촬영한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그곳은 의미심장한 역사 현장의 기념비적인 건축물, ‘문’이 있는 장소이다. 그러나 지나치는 사람의 행동과 주변 움직임의 소리는 유쾌 발랄, 생기 있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자동차 소리, 단체 여행자의 감탄사, 카메라 셔터 소리, 바쁜 발걸음 소리, 깃발의 무심한 펄럭임과 나뭇잎의 마찰 소리 등은 가볍게 스치는 일상 풍경의 소리들이며 사람의 입으로 내는 소리이다.
문화회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소리에 대한 주목과 함께 각 민족별 언어습관과 표현이 다르고 소통이 어려운 문화적 이질감 혹은 인류의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문화적 정체성의 차이와 조화에 대한 탐구”라며 “소리와 문화를 아우르는 예술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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