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소년 ‘프렌치 혼 협주곡’ 만나 음악과 사랑에 빠지다
  • 이경관기자
열다섯 소년 ‘프렌치 혼 협주곡’ 만나 음악과 사랑에 빠지다
  • 이경관기자
  • 승인 201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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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지휘자의 음악수업기, 내면적 갈등·정신적 성장기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에 질서를 부여하는 자다.”
 루마니아 출생의 독일 지휘자 ‘첼리비다케’가 한 말이다.
 수십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을 연주하는 유일한 악기는 ‘지휘자’다.
 최근 서울시향 부지휘자 ‘최수열’이 자신의 지난한 지휘의 여정 속 이야기를 담은 책 ‘젊은 마에스트로의 코데타’를 펴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나는 자서전을 쓰는 것도, 회고록을 쓰는 것도 아니다. 그럴 만한 인물도 아니다. 누군가에게 과감하게 조언해줄 만한 긴 인생을 살지도 않았다. 나는 여전히 지휘자의 일에 대해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진행형의 존재에 불과하다”(204쪽)
 최수열은 이 책에서 지휘의 길로 들어선 이후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지난 18년간 자신이 통과해온 수많은 ‘좁은 문’에 대해서, 그리고 그가 보고 듣고 만진 다양한 편린을 진솔하게 고백한다.
 결국 이 책은 일차적으로 한 젊은 지휘자의 음악 수업기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내면적 갈등과 정신적 성장, 그리고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대한 각성을 보여주는 한 편의 성장소설이다.
 2014년부터 서울시향 부지휘자를 역임하고 있는 저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지휘과를 졸업한 뒤 독일로 건너간 그는 음악의 고도(古都)인 드레스덴과 현대음악의 최전선으로 불리는 프랑크푸르트 앙상블모데른아카데미에서 수학했으며 현재 ‘포스트 정명훈’으로 불리며 주목받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교향곡은 이래야 한다’는 편견을 가지고 슈베르트의 교향곡을 베토벤과 브람스의 그것과 비교해서 저평가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슈베르트는 그들과 전혀 다른 작곡가다. 그만이 쓸 수 있는 멜로디는 소박해 보이는 그의 교향곡 안에서 너무도 아름답게 흐른다.”(188쪽)
 이 책은 지은이의 이러한 지휘 인생의 한 장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작은 종결부라 할 수 있다. 이는 책 제목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작품을 최종적으로 끝맺는 것이 ‘코다(coda)’라면, ‘코데타(codetta)’는 작품의 어느 한 부분을 끝맺는 표시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서곡(overture)에서는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거쳐 지휘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와 국내 수학기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특히 눈길을 끄는 이야기는 그가 음악에 빠지게 된 이야기다.
 현대음악 작곡가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연주회장으로 강제로 끌려가야 했던 소년 최수열은 음악이라면 지독히 싫어했다. 그런 그가 음악과 사랑에 빠진 것은 영화와 같았다. 아버지의 서재 속 열다섯 살의 소년은 ‘프렌치 혼 협주곡’을 만났고 그렇게 그는 음악인의 길을 걷게 했다.
 이 밖에도 학창 시절 젊은 패기로 도전하여 그의 지휘 인생에서 커다란 터닝 포인트가 된 ‘칸타빌레 콘서트’ 등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2부 신포니에타(sinfonietta)에서는 드레스덴과 프랑크푸르트에서 유학하던 시절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언어의 장벽에 부딪힌 채 살아가는 그의 삶은 실로 눈물겹다. 그중에서도 만원짜리 싸구려 죽도 하나로 독일어 독선생을 얻어 언어의 장벽을 무찌른 사연은 웃음을 짓게 한다.
 이 밖에도 한 유명 지휘자의 대타로 세계 음악계에 화려하게 깜짝 데뷔할 뻔했지만 한바탕 봄꿈처럼 덧없이 지나간 웃지 못할 사연 등도 눈길을 끈다.
 3부 변주곡(variations)에서는 지휘자로서 궤도에 올라 활동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서울시향 연습실을 일반에게 공개한 ‘서울시향 리허설룸 콘서트’를 비롯해 현대음악의 문턱을 낮추며 호평을 받고 있는 ‘아르스노바’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많은 연주자들이 무대에서 완벽하게 연주하기 위하여 혹독한 준비 과정을 거친다. 한없이 화려해 보이는 지휘자도 또 다른 종류의 연주자인지라 마찬가지의 과정을 거친다. 다만 보통의 연주자처럼 악기를 항상 몸에 지니며 소리를 확인해볼 수 없다는 점이 다르다. 지휘자가 오케스트라와 연습하기 전까지는 오직 악보를 보면서 소리를 상상하고 계획하고 예상한다. 그에게 이것은 꼭 필요한 과정이지만 참으로 외롭고 치열한 시간이기도 하다.”(7쪽)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지휘자 최수열. 서른여섯 살의 젊은 예술가가 전하는 음악 이야기, 또 그 성장의 이야기는 진솔해 아름답고 또 뜨거워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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