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물줄기에 마음이 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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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물줄기에 마음이 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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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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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시작에 떠나는 내연산 12폭포 여행
 
 벌써 시원한 폭포가 그리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시원한 폭포가 그리운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내연산은 동해안과 맞닿은 산 가운데 보기 드물게 12개나 되는 폭포를 안고 있는 명산이다.
 여름이 시작되는 소만이 지나면서 본격적인 내연산의 계곡산행이 시작됐다.
 조선중기의 대화가 `겸재 정선’도 반한 내연산으로 12폭포 여행을 떠나보자.
 
 
 시원한 산들바람에 실려 코끝을 스치는 상큼한 산 내음을 맡으면서 내연산을 오르는 기쁨은 자연의 맛과 멋을 모르는 이라도 쉽게 느낄 수 있다.
 내연산은 포항시 북구 송라면 중산리 영일 군립공원 일대를 일컫는다.
 인근에는 비경을 자랑하는 청송 주왕산 극립공원, 영덕 옥계계곡 등도 있다.
 비록 군립공원이지만 주왕산 국립공원에 뒤지지 않는 산세나 계곡, 폭포 등 비경을 품고 있다.
 포항에서 찾을 경우, 시내에서 북쪽으로 7번 국도를 타고 30분쯤 달리다 송라면 면 소재지에서 걸개그림같이 큰 이정표를 보고 왼쪽으로 접어 7~8분쯤 달리면 천년 고찰 보경사 주차장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내연산 청하골 12폭포 계곡이 시작된다.
 폭포를 이루는 전체 계곡 길이가 10여㎞나 되니 왕복 3~4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로 초보 등산객들에게는 좀 힘든 거리다.
 계곡이 깊고 가파르기 때문에 단단히 마음을 다잡아 먹고 골짜기를 올라야 한다.
 보경사 입구 마당에 마련해 놓은 대형 돌우물을 넘쳐 흐르는 감로수 한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나서 산길로 접어들면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질게다.
 요즘부터 내연산 골짜기는 폭포의 비경을 찾는 산행객들로 단풍이 끝나는 가을까지 북적댄다.
 태백산맥 남단부에 위치한 내연산의 향로봉(930m)을 비롯한 삼지봉(710m), 문수봉(672m), 우척봉(775m) 등 내연산을 이루는 크고 작은 봉우리와 깊은 계곡의 폭포는 하모니를 이루면서 계곡 미(美)를 한껏 뽐내고 있다.
 요즘들어 더욱 힘차게 하류로 내달리는 12폭포를 거슬러 오르면서 산세의 정취를 만끽하는 기쁨을 어찌 말로 다하겠는가!
 내연산 계곡은 폭포소리 등 생명소리의 대경연장이다. 폭포소리는 유명 교향악단이 연주를 하듯 웅장하다.
 계곡 양쪽에 무리지어 서 있는 낙락장송과 기암괴석 절벽은 봄 기운을 털어내고 잎새에 2007년 여름을 매달고 길손을 기다리고 있다.
  계곡이 시작되는 보경사 입구에서부터 계곡이 끝나는 샘재에 이르기까지 30여리 `청하골’은 흐르는 물이 하도 푸르러 붙여진 이름이다.
 옛날에는 청하내연산, 청하보경사라고 불렀다.
 내연산의 걸작, 청하골은 연산폭포를 기준으로 하류부와 중상류부가 전혀 다른 풍광을 보여준다.
 보경사에서 연산폭포까지의 계곡 하류부에 해당하는 구간은 △제1폭포인 쌍생폭포를 시작으로 △제2폭포-보현폭포 △제3폭포-삼보폭포 △제4폭포-잠룡폭포 △제5폭포-무풍폭포 △제6폭포-관음폭포 △제7폭포-연산폭포 등 7개의 폭포가 기암괴석, 노송과 어우러져 `졸졸~콸콸~’ 노래를 부르며 힘차게 흐른다.
 제1폭인 쌍생폭을 지나면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는 험한 길이 이어진다. 12폭포의 하이라이트는 관음폭포와 연산폭포, 관음폭포 아래의 수정같이 맑은 소와 폭포 옆 층암 절벽 아래로 뚫린 관음굴, 폭포 위로 걸린 철제 구름다리 연산적교는 그 어울림이 너무 절묘해 감탄사가 절로 난다.
 이 연산적교는 최근에 단장을 마쳐 길손들에게 좋은 징검다리가 되고 있다.
 연산적교를 건너 바로 눈에 들어오는 낙차 20m의 연산폭포. 12폭포를 대표하는 청하골의 주인공인 셈이다.
 헉헉 급한 숨을 몰아쉬며 올라온 보람을 처음 맛볼 수 있는 폭포다. 폭포와 웅덩이, 먼산에 뭉게구름을 담은 산수화.
 마치 합창단이 노래하듯 물줄기가 학소대 암벽을 미끄럼타듯 우렁차게 노래를 부르며 아래로 떨어져 내린다.
 청하골 바위 협곡의 따라 오른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지루함에 지쳐 여기까지 왔다가 되돌아간다.
 입구에서 여기까지는 40분~1시간 정도 소요되는 거리다.
 연산폭 아래 관음폭과 무풍폭을 건너면 내연산의 최고봉인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길이 열린다.
 이 길을 따라 맑은 물 기암괴석으로 어우러진 협곡과 칡넝쿨, 기암괴석 절벽에 기생하는 노송, 산길을 수놓은 야생화가 산행에 지친 길손을 반갑게 맞이한다.
 
 호젖한 산길을 계곡과 풍광의 정취에 취해 20분 정도 걷다 보면 제8폭포인 은폭이 나타난다. 은폭을 지나서 조금 오르다 잔잔히 흐르는 계곡 속에서 조잘대듯 노래하는 두 폭포가 정답게 만들어 낸 쌍둥이 폭포, 즉 복호1과 2폭포인 제9폭 및 10폭이 나타난다.
 다른 폭포에 비해 소리의 힘은 작으나 두 폭포가 만들어 낸 웅덩이와 그 속에 빠진 하늘은 질투가 날 정도로 다정한 모습이다.
 여기서 곧장 올라가면 다시 복호 3폭포에 해당되는 제11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연산폭이 남성적이라면 실폭은 여성적이다.여자 성기를 닮았다고 음폭으로 부르기도 한다.
 음폭은 미모의 아가씨가 사랑스런 연인에게 속삭이듯 조용히 흐른다.
 특히 실폭 주변은 인간의 손떼가 전혀 묻지 않은 태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산을 처음 찾는 도회지인들에겐 신기루 같은 곳.
 다리에 힘이 빠져 걷기 싫은 걸음을 재촉하면 청하골 폭포여행의 종착역에 도착하게 된다.
 힘든 여정이었던만큼 그 희열도 대단하다.
 마지막 폭포는 시명폭포다. 12폭포의 이름이 시명인 것은 시명리란 화전민촌에서 유래됐다.
 내연산 계곡의 최고 걸작 12폭포의 여행은 여기서 막을 내린다.
 깊은 숲 속에 비경을 감추고 있는 12폭포는 수줍워하는 숲 속 미인처럼 청초하고 순결하다. 이를 보고서도 반해 버리지 않은 산행객이 있다면 아마 그는 분명 자연도 모르고 산도 모르는 무정한 사람일 게다.
 빼어난 비경으로 사계절 길손의 발길이 이어지는 내연산 12폭포가 다음 100년 뒤에도 변함 없는 비경으로 남아주길 빌어본다.
  /강동진기자 d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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