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소망
  • 정재모
새해소망
  • 정재모
  • 승인 201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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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새해의 간지는 병신(丙申)이다. ‘갑자-을축-병인-정묘…’로 이어지는 육십갑자 중 열세 번째 자리다. 천간 10간에서 갑, 을 다음으로 세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병(丙)은 대표훈(訓)이 ‘남녘’으로 옥편에 나와 있다. ‘남녘 병’인 거다. 이 외에도 이 글자에는 밝다, 굳세다는 뜻도 있다. 오행으로 화(火), 색상은 붉음(赤), 계절로는 여름, 음양으로는 양(陽)에 속하니까 밝고 굳세다는 뜻을 지닐 만도 하다. 어쨌든 이 병이 12지지 중 원숭이를 뜻하는 신(申)을 만나 병신년이 되니 곧 붉은 원숭이띠의 해다.
 ‘병신년’이라는 어감 때문인지 사람들이 올해 간지를 소리로 표현하는 걸 꺼리는듯하다. 글 쓰는 사람들도 그렇고 방송하는 사람들도 어딘지 그래 보인다. 신문 편집자들도 은연중에 피하는 건지, 예년의 연초에 비해 간지를 들먹이는 빈도가 현저히 낮다. 여기에다 새해 벽두나 아침 이른 시간에 ‘원숭이’라는 동물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으려는 한국인의 금기풍습 탓인지 ‘원숭이해를 맞이하여’ 운운하는 소리도 별로 들을 수가 없다. 올해의 간지명과 띠 동물이 사람들에게 친숙하지 않는 거다.

 원숭이 이름을 연초나 아침 일찍이 입에 담는 걸 피하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그 가벼운 몸짓 때문에 경망스럽고 방정맞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일 거다. 하루의 재수를 중요시한 상인이나 사업가들 입장에서 아침부터 방정맞은 소리를 듣거나 입에 머금기 싫어했을 법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이름을 써야 할 일이 불가피할 때 ‘잔나비’란 말을 썼다. 잔나비는 훈민정음해례본에도 나오는 낱말 ‘납’에다 날렵하다는 뜻의 관형어 ‘잔’이 얹힌 말로, 원숭이의 옛말이다.
 몸놀림이 가볍고 재다고 하여 원숭이를 경망스럽다고 꺼린 건 옛날이다. 오늘날이라면 그런 몸놀림은 오히려 장점으로 칭찬받을 일이 아닐까 싶다. 몸이 가벼워 행동이 민첩하고 날렵한 것은 현대인 누구나의 희망이다. 몸매가 매끈하고 맵시가 있는 경우를 날렵하다고 하고, 동작 이해 판단 따위에서 꾀 많고 날쌜 때 민첩하다고 한다. 그러한 이미지를 가진 게 원숭이다. 어쨌거나 원숭이해인 올해 모두가 잔나비처럼 지혜롭고 민첩하고 건강한 한해 되기를 소망해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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