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50명이 조우하는 窓밖 창조의 세계
  • 이경관기자
작가 50명이 조우하는 窓밖 창조의 세계
  • 이경관기자
  • 승인 2016.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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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창… 마테오 페리콜리 지음·이용재 옮김 l 마음산책 l 180쪽 l 1만5000원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인간에게 ‘창’은 또 다른 세계로의 여행을 의미한다.
 누구나 자기만의 방은 필요하다. 특히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작가에게는 더욱 그렇다. 작가는 세상과 소통함과 동시에 나만의 공간, 나만의 세계를 간절히 열망하고 갈망한다.
 건축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마테오 페리콜리는 작가들의 이러한 태도에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뉴욕에 대한 책을 위해 자료 조사를 하는 동안 작가들도 나와 비슷한 처지에 종종 놓인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몇 시간이고 쉼 없이 책상 끝에 앉아서는, 가능한 많은 풍경을 담기 위해 최대한 창에 가깝게 앉거나 그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멀리 떨어져 앉는다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그 풍경을 묘사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내가 그림에 담아온 모든 요소가 그들의 말 덕분에 완전해(아니, 어쩌면 한층 더 나아)진 것이다.”(12쪽)
 최근 출간된 페리콜리의 ‘작가의 창(글쓰기의 50가지 풍경)’은 그가 작가들의 창에 대해 ‘파리리뷰’에 쓴 연재 칼럼을 모아 펴낸 것이다.
 이 책에는 오르한 파묵, 무라카미 류, 보르헤스의 부인인 마리아 코다마 등이 참여했고 뉴욕, 파리 등 메트로폴리탄부터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나이지리아 라고스까지 세계 곳곳의 창밖 풍경을 담고 있다.
 “이건 작가의 얼굴이 아닌 작가의 시각 또는 그것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간 지점이다. 물론 다른 이의 창, 작업 공간의 외부를 본다고 해서 그의 글에 대해 알 수 있게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특별함, 낯섦, 친근함 때문에 공간은 창조적 정신을 위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은유다.”(8쪽)
 이 책이 작가들에 대해 쓴 다른 책들과 다른 지점은 세계와 끊임없이 조우하는 작가들의 창에 대해 다뤘다는 것이다.
 페리콜리가 바라본 창을 대하는 작가들의 태도는 저마다 달랐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네이딘 고디머는 감옥이나 다락방에서도 글을 쓸 수 있으므로 “작가에게는 풍경이 필요하지 않다”라고 말하는데, 이스라엘의 젊은 작가 에트카르 케레트는 “글을 쓸 때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요소가 내 이야기의 배경이 된다”라고 말한다. 즉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삶, 주위 환경이 글의 재료가 된다는 것이다.

 한편 인도와 미국, 잉글랜드를 오가며 글을 쓴 소말리아의 작가 누르딘 파라는 “물리적인 것보다 정신적 환경에 더 오래 머무르는 작가의 삶”에 걸맞게 자신은 기억을 통해서만 글을 쓴다고 밝힌다. 즉 지나온 곳, 과거가 되어버린 풍경에 관해서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해 작가들의 의견은 조금씩 엇갈린다.
 그러나 이 속에서도 발견되는 공통점은 있다.
 그들이 필요와 무관하게 창밖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 어느 작업실에나 창문은 있으므로, 그들은 언제나 저 너머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상태로 글을 쓴다. 결국 작가들은 글을 통해 밖의 세계와 소통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결국, 작가는 창밖 풍경과 꾸준히 소통한 것과 같다.
 “창밖 풍경은 야생과 도시,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동시에 아우른다. 사실과 허구 사이에 선을 긋는 게 여기 태국에서는 덜 분명하며 그 경계선 또한 구멍투성이라는 걸 일깨워준다. 이런 장소에서 이야기가 피어난다.”(96쪽)
 또한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제안한 작업 즉 ‘자신의 작업실 창밖 보기’로 인해 작가들이 어떤 묵직한 것을 발견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아무리 소중한 것일지라도 일상의 일부로 자리 잡은 것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기는 어렵다는 것.
 우리는 항상 잃을 예정이거나 잃은 직후에나 그것이 곁에 있었고 내게 얼마나 중요했는지 깨닫지 않는가
 저자의 창 밖 보기를 통해 많은 작가들은 “풍경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저 건물이 아니라 나무나 흘러가는 배를 보았더라도 나는 똑같은 사람이었을까” 같은 질문을 되뇌이게 된다.
 이 책은 작가들의 창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 맥락의 끝에서 바라보면, 창 밖 풍경은 우리의 생과 마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익숙해 소중함을 몰랐던 것. 그것은 아마 ‘일상’ 그 자체가 아닐까.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세상의 풍파에 흔들리는 우리와 닮았다. 또 지나는 많은 사람들은 어쩌면 또 다른 ‘나’ 일지도 모른다. 무수히 많은 것들과의 소통 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그렇게 우리는 인생이라는 산책길을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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