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은, 갈등으로 허송세월할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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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한은, 갈등으로 허송세월할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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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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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운과 조선 등 부실 업종의 구조조정을 위한 ‘실탄’ 조달 문제를 놓고 여당과 야당, 정부와 한국은행이 갈등을 빚고 있다.

부실이 곪아 터져 관련 산업이 마비될 상황인데 구조조정 자금을 중앙은행의 발권력으로 해결할지 아니면 재정으로 충당할지를 놓고 끝없는 논쟁 속으로 빨려드는 느낌이다.

기업 구조조정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20년 전 환란 당시 겪었듯이 구조조정이 늦어질수록 기업의 부실은 커지고 국민부담은 가중될 것이다. 따라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면 정부는 왜 기업 부실에 개입하게 됐고, 재원이 어느 정도 필요하며, 어떤 방식으로 확보할 것인지를 국민에게 소상하게 설명해 이해를 구하고, 신속한 정책 결정을 한 뒤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과 정부, 한국은행은 서로의 입장만 내세울 뿐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 정부와 여당은 중앙은행에 구조조정을 위한 ‘양적완화’를 해야 한다고 압박하지만, 한국은행과 야당은 재정을 동원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양쪽의 주장에 모두 일리는 있다. 구조조정을 위한 추경을 편성하려면 국회를 거쳐야 하지만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권의 반대를 뚫기 어렵다. 설사 된다 해도 부실 책임 문제 등으로 설득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고 개별 기업의구조조정에 국민 혈세를 투입한다는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 반면 중앙은행의 발권력 동원은 지금이 비정상적 통화정책을 써야 할 정도로 위기 국면이냐는 논란과 함께 특정 기업의 부실을 털기 위한 국책은행의 자본금 확충에 한국은행을 동원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이라는 비판을 부를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은 ‘국민적 합의와 사회적 공감대’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양적완화냐 재정 투입이냐를 놓고 시간을 허비해도 될 정도로 상황이 한가하지 않다는 것이다. 해운업의 양대 부실기업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당장 수술이 필요하다. 대우조선 등 조선업도 부실을 털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 이들 기업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부실을 감당할 수 없어 자본금 확충이 시급하다.

사정이 이렇다면 정부와 한국은행은 각자의 입장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당장 수뇌부가 나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 두 방안 가운데 어떤 게 최선인지, 두 가지를 동시에 쓸 수는 없는 것인지, 제3의 방법은 없는지 등을 포함해 최선의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한국은행은 물가안정뿐 아니라 금융안정도 존재 이유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환란 때 보았듯 대기업의 부실은 은행 등 금융기관의 부실로 전이돼 금융안정의토대를 흔들 수 있다. 기업 부실의 청소에 중앙은행도 방법을 찾아 발 벗고 나서야 하는 이유다.

국가의 경제 현실이 ‘물가안정’이나 ‘중앙은행의 독립성’만을 외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의 중앙은행이 성장과 고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충분히 지켜봤을 것이다. 그동안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나 동결 외에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발상의 전환과 창의적인 통화정책이 아쉽다.

야권도 기업 구조조정의 취지에 공감한다면 재원 마련을 위한 책임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의 접근이나 논리가 잘못됐거나 부족하다면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고 책임도 따져야 할 것이다. 문제를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해결책을 제시해 국민에게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 바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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