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여기저기 뒤적거려가며 자료를 찾다가 피식 웃고말았다. 웃긴 건 우리 속담이었다. ‘시어머니 미우면 상추쌈 들어갈 때 흘긴다.’ 뜻풀이가 붙어 있다. “쌈을 먹자면 입이 벌어지고, 입이 벌어지면 눈은 절로 흘기는 데서 나온 말”이라고 했다. 상추쌈.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먹는 쌈의 가장 윗자리를 차지하는 게 상추쌈이 아니겠나 싶다. 그래서인지 지역마다 민요가 전해 온다. 김광주의 ‘인간이후’에도 상추쌈이 나온다. “ …전략…. 시퍼런 푸성귀를 한 줌 손 위에 담뿍 넣고 그 위에 고추장을 얹어 가지고 주머니처럼 오무려 입에 집어 넣는 상추쌈의 미각은 대한(大한)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신록의 미각이다.”
그러니 ‘상추밭에 똥 싼다’는 속담이 생긴 것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이런 상추가 ‘금추’가 돼버렸다고 가는 곳마다 난리다. 음식점에 가서 “상추 좀 주세요”라고 했다간 당장 물정 모르는 사람이 되기 십상이다. 청상추 4㎏ 도매 가격이 5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치솟은 비율이 한달 전보다 375%라고 한다. 소매 가격은 어떠냐고 물을 것도 없는 일이다. 시금치, 깻잎을 가릴 것도 없다. 잎채소가 모두 그렇다.
상추가 얼마나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는 활용도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애초에는 ‘상치’라고 했다. 그러나 맞춤법 규정에 따라 상추가 표준어 반열에 올랐다. 많은 사람이 쓰는 모음발음이 굳어졌음을 인정받은 때문이다. 김광주 씨 말마따나 “대한 사람만의 미각”인 상추와 고등어가 수난을 당하고 있다니 기분이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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