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 미각
  • 김용언
대한의 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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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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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여기저기 뒤적거려가며 자료를 찾다가 피식 웃고말았다. 웃긴 건 우리 속담이었다. ‘시어머니 미우면 상추쌈 들어갈 때 흘긴다.’ 뜻풀이가 붙어 있다. “쌈을 먹자면 입이 벌어지고, 입이 벌어지면 눈은 절로 흘기는 데서 나온 말”이라고 했다. 상추쌈.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먹는 쌈의 가장 윗자리를 차지하는 게 상추쌈이 아니겠나 싶다. 그래서인지 지역마다 민요가 전해 온다. 김광주의 ‘인간이후’에도 상추쌈이 나온다. “ …전략…. 시퍼런 푸성귀를 한 줌 손 위에 담뿍 넣고 그 위에 고추장을 얹어 가지고 주머니처럼 오무려 입에 집어 넣는 상추쌈의 미각은 대한(大한)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신록의 미각이다.”
그러니 ‘상추밭에 똥 싼다’는 속담이 생긴 것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이런 상추가 ‘금추’가 돼버렸다고 가는 곳마다 난리다. 음식점에 가서 “상추 좀 주세요”라고 했다간 당장 물정 모르는 사람이 되기 십상이다. 청상추 4㎏ 도매 가격이 5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치솟은 비율이 한달 전보다 375%라고 한다. 소매 가격은 어떠냐고 물을 것도 없는 일이다. 시금치, 깻잎을 가릴 것도 없다. 잎채소가 모두 그렇다.

그런가 하면 국민생선이라는 고등어는 미세먼지 파동에 휘말려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으로 몰려 있다. 안동간고등어를 다루는 지역업체 12곳 가운데 9~10곳이 일손을 놓고 문을 닫아 걸었다고 한다.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간고등어’의 명맥이 끊길 판이다. 억울하기 짝이 없는 고등어로서는 신문고라도 울리고 싶을 게다.
상추가  얼마나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는 활용도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애초에는 ‘상치’라고 했다. 그러나 맞춤법 규정에 따라 상추가 표준어 반열에 올랐다. 많은 사람이 쓰는 모음발음이 굳어졌음을 인정받은 때문이다. 김광주 씨 말마따나 “대한 사람만의 미각”인 상추와 고등어가 수난을 당하고 있다니 기분이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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