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일궈 나간다는 것, 한발앞서 시대를 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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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일궈 나간다는 것, 한발앞서 시대를 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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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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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슬로우시티 운동  
 
● 슬로우시티 시범마을`포항 죽장 상옥리’
● 전국 최고 친환경농업관광 명소 육성
● 민선4기 `농촌 살리기’ 최대역점 사업
 
 
자연환경이 좋아 지난해 12월 도회지 생활을 접고 상옥으로 귀농한 박장규(43) 씨가 올해 처음 유기농·무농약 재배 토마토 수확을 앞두고 자신이 손수 키운 토마토를 어루만지며 흐뭇해 하고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 피에르 쌍소(Pierre Sansot)는 그의 저서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에서 인간이 수동적으로 갑자기 달려드는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시간에 쫓겨 다니지 않는 지혜와 능력을 `느림(slow)’이라고 했다.
 `느림’은 이제 더 이상 수동적인 의미가 아닌 인간 주체적이면서도 자연에 대한 감사와 기다림이란 새로운 의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현대의 세계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기계적 시간에 쫓겨 인간의 본래적 모습을 잃어버리고 물질만을 추구하는 삶에서 벗어나자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웰빙’(well-being), `웰니스’(wellness), `슬로우푸드’(slowfood), `느리게 살기운동’(slow movement) 등의 붐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먹거리도 유기농 및 저농약 야채, 유전자 조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식품재료, 그 지역의 식재료를 먹고 인스턴트나 패스트 푸드를 멀리하는 슬로우푸드 운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개개인의 생활 전반에 확대, 잘 먹고 건강하게 살자는 뜻의 `웰빙’으로 표현되고 있다.
 즉 개인 `나’뿐만 아니라  공동체 `우리’모두가 좋은 먹거리를 먹을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좋은 환경체험을 하자는 느림운동인 `슬로우시티 운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슬로우시티 운동은 이탈이라의 파올로 사투르니니(Paolo Saturnini) 가 그레베 시(Greve in Chianti) 시장으로 취임, 마을 사람들과 세계를 향해 현대사회의 과학과 산업에 대한 지나친 숭배를 거부하고 느리게 살기 운동의 시작을 선언하면서부터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친환경 슬로우시티 운동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포항시도 고랭지 채소로 유명한 죽장면 상옥리 산간분지 마을을 올해부터 친환경농업지구 슬로우시티로 강력 추진하고 있다.
 해발 400~500m로 포항에선 하늘 아래 첫 동네로 통하는 죽장면 상옥리.
 포항시는 올해부터 이 마을을 `친환경 슬로우시티’ 시범 마을로 지정했다.
 시는 오는 2010년까지 총 사업비 약 200억원을 투입, 전국 최고의 `친환경농업지구 슬로우시티’로 조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마을은 포항시내에서 서북쪽으로 30여㎞나 떨어진 곳으로 청송군 부남면과 인접한 곳이며 예로부터 무, 배추 등 고랭지 채소를 주로 생산하는 산간오지 마을이다.
 이 마을이 친환경농업 슬로우시티 시범마을로 선정된 것은 지리적인 자연환경이 좋은데다 환경 오염원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또 주민들이 힘을 합쳐 5~6년 전부터 퇴비와 저농약 등으로 친환경 농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사업은 박승호 포항시장이 지난해 민선 4기 시장으로 취임하면서 농업개방 등으로 매년 경쟁력을 잃어가는 농촌을 살리기 위해 적극 추진하고 있는 농업분야 최대 역점사업이다.
 박 시장은 이 마을을 전국 최고 친환경 슬로우시티 농촌으로 건설하기 위해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는 “한미 FTA 타결 등 농산물시장 개방 확대에 대응하는 길은 고품질 친환경 농산물 생산뿐”이라며 “상옥 친환경 슬로우시티 조성사업을 필두로 2010년까지 포항시의 친환경 농업 비율을 10% 이상 끌어 올릴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월 첫삽을 뜬 상옥 친환경 슬로우시티 조성사업은 상옥 1,2리. 전체 농가호수는 183호. 이들은 전체 농경지 242㏊(논 46.4, 밭 152.4, 과수원 53.6)를 친환경 농지로 탈바굼시키키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모든 작물을 2010년까지 100%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육성한다는 것.
 또 상하수도 시설, 주택정비 등 마을 전체의 환경을 자연친화적으로 조성한다.
 또한 전국 최고의 슬로우시티로 조성하기 위해 당국의 지원을 받아 체험농장, 캠핑장, 등산로 등 각종 체험기반시설을 하고 있으며 인근 경북수목원 및 하옥계곡, 내연산 12폭포 등과 연계한 관광 상품개발도 계획하고 있다.
 이 곳 농민들은 이 사업을 한미 FTA 파고를 넘기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보고 추진중다.
 오늘 이 시간에도 포항시 죽장면 상옥리 농민들은 친환경 슬로우시티 조성을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올해부터 이 마을 농민들은 친환경농업 슬로우시티 조성을 위해 비료 대신 우렁이로 벼재배를 하고 있으며 과수농가는 퇴비만 사용하는 등 자연친화형 친환경 영농으로 전환하고 있다.
 또 지난 2001년부터 농업개방의 파고를 넘기 위해 토마토와 채소 등을 유기농 재배를 해오고 있다.
 이 마을 농민들은 주 작목을 고추와 사과, 고랭지채소 등에서 유기농 무농약 토마토와 쌈배추, 오이, 벼, 사과 등으로 전환했다.
 농약을 전혀 안쓴 `무공해 유기농 오이’는 이미 수확이 시작됐으며 유기농 토마토도 이달 말께 첫 수확이 된다.
 지난 봄에 뿌린 무농약 쌈배추와 오이는 수확이 한창이다.
 무농약 `청정 쌈배추’생산으로 지난 겨울에만 5000만원의 소득을 올린 이수원(58) 씨는 올해 2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억대 부농이 되는 게 꿈이다.
 다른 농민들도 유기농·무농약으로 재배한 쌈배추와 토마토 재배로 부농의 꿈에 젖어 있다.
 이 동네는 올해부터 사과를 제외한 모든 농작물 재배에 농약을 사용할 수가 없다.
 과수 작목반 농민들은 사과도 수확 두달 전부터 농약은 물론 착색제도 사용하지 않기로 결의를 했다.
 벼 재배 논에도 제초제 대신 10만미의 논 우렁이 종패를 구입, 살포했다.
 밭 농사 농민들은 올 봄 공동으로 퇴비 등으로 만든 유기질 비료 3만포를 구입, 농작물 재배에 사용하고 있다.
 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고 농사를 짖는다는 게 힘들겠지만 상옥리 농민들은 생산성보다 품질 좋은 농작물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상옥친환경농업 슬로우시티 추진위원회 권태수(56) 회장은 “우리 동네는 한미 FTA에도 걱정이 전혀 없습니다”라고 자랑했다.
 느림의 미학을 깨달은 상옥리 주민들은 앞으로 슬로우시티 운동 덕분에 모두가 건강한 인생을 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2010년 상옥리의 친환경농업지구 슬로우시티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이 마을은 오지가 아닌 전국 최고의 슬로우시티 마을로 태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강동진기자 d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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