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색한 길 파내기
  • 김용언
도색한 길 파내기
  • 김용언
  • 승인 201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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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우리나라의 도로들은 편한 날이 거의 없어 보인다. 한번 길을 닦았으면 당분간이라도 그대로 뒀으면 좋으련만 그건 희망사항일 뿐이다. 걸핏하면 파낸다. 연말이 되면 더 하다. 관청에서 파고, 특정 기관에서 판다. 파고 메우기를 되풀이하다보면 길 모양이 자못 꼴사납게 돼버리고 만다.
한자 ‘진흙도’(塗)는 본래 ‘흙토’(土)없이 쓰던 글자라고 한다. 그러나 같은 글자를 쓰는 강 이름과  구분하기 위해 ‘土’를 덧붙여 새 글자를 만들었다. 옥편의 설명이 이렇다. 이 글자는 ‘칠할도’라든가 ‘지울도’라든가 하는 여러가지 뜻도 지니고 있다. 도료(塗料)·도배(塗褙)·도장(塗裝)·도탄(塗炭) 처럼 생활주변에서도 널리 쓰이는 글자이기도 하다.

느닷없이 ‘도(塗)’타령을 늘어놓는 것은 울진군의 처사가 어처구니 없어서다. 울진군은 지난달부터 역내 도로에 도색작업을 해오고 있다. 다음달 19일까지 계속할 예정이라나보다. 도심지 5㎞가 사업대상 지역인데 들어가는 돈이 2억5000만원이 넘는다고 보도됐다. 문제는 이 도로를 몇 달 뒤엔 다시 파야한다는 사실이다. 국비가 들어가는 ‘죽변면 종합중심지활성화사업’이라고 한다. 2013년부터 4년간 벌이는 사업이라고 보도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사업을 추진하는 담당부서가 서로 달라서 빚어진 일이라고 한다. 한 부서는 도로를 도색하는데, 다른 부서는 그것을 파내야 한다니 예산 낭비도 이 쯤 되면 여론의 뭇매를 맞아도 할 말이 없게 되어버렸다. 부서가 다른 곳에 있는 것도 아니다. 같은 군내 부서다. 울진군내 부서간 칸막이가 제아무리 철옹성 같다한들 이보다 더 견고할까 싶기까지 하다. 울진군내 경제과는 도색하고, 도시새마을과는 그 길을 파낸다? 비난이 물 끓듯하자 현재 주춤한 상태라고 한다. 울진군의 ‘뒤주’사정이 넉넉한 것 같기는 하다. 그렇다고 낭비를 일삼는다는 인상까지 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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