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인 전용도로
  • 김용언
특정인 전용도로
  • 김용언
  • 승인 2016.08.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인생은 여행자요, 세사(世事)는 기로(岐路)니라. 세로(世路)는 대로(大路)도 있고 소로(小路)도 있고,직로(直路)·탄도(坦道)도 있고, 방혜곡경(旁蹊曲逕)도 있으며 양장(羊腸)의 구곡(九曲)도, 벽립(壁立)의 천인도, 온갖 길이 다 있느니 사람은 어느 길로든지 아니 가지는 못하리라. 세로(世路)는 개인의 사유물이 아니요,중인(衆人)의 공로(公路)이므로, 아무라도 마음대로 갈 수가 있느니라. 사람 생긴 이후로 하도 여러 사람이 내왕하였으므로 별로 안 가 본 길은 적으리라.” <한용운/조선청년에게>
외국 영화를 보면 대문을 지난 기다란 승용차가 한참 달려 대저택 앞에 이르는 장면이 가끔 나온다. 땅덩어리 넓은 나라의 부호들이 인생을 호화롭게 즐기는 길이기도 하다. 개인 땅 울타리 안에 있는 길이니 엄연한 개인 소유다. 한용운이 말한 ‘공로’도 아니다. 불법 주택이 아니라면 시비의 대상이 될 수도 없다. 시비커녕 찬탄이 쏟아져 나올 지경이다.그 길이 얼마나 정갈하고 아름답던가.  전용도로를 갖춘 집터라면 얼마나 넓을 것인가. 어림짐작도 안 된다. ‘사드(THAAD)’포대가 들어앉아도 넉넉할 것 같다. 성주가 너무 오래 시끄러우니 뚱딴지 같은 생각도 든다.

경주에 희한한 도로가 생겼다. 도시계획도로인데도 특정인 농장까지만 확·포장하고는 그만이다. 길이 363m·폭 8m도로를 개설하는 데 들어간 예산이 5억3000만원이다. 보도된 사진을 보면 도로가 끝나는 지점엔 개인집들이 올망졸망 늘어서있다. 그 사이로 골목길 같은 것이 나타난다.
주민들은 “마을에 아무런 도움이 도지 않는 도로”라고 고개를 외로 꼬고 있다. “어처구니 없는 혈세낭비”라고도 했다. 사실상 전용도로를 갖게된 셈인 특정인은 누구일까. 세도깨나 부림직한 온갖 직위를 떠올려 본다. 하바나 여송연을 입에 물고 거드름 빼며 차에서 내리는 영화 속 부호는 아닐 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