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모기 입도 삐뚜룸하게 돌아간다는 처서가 엊그제였다. 글자 그대로 ‘더위가 멈춘다’는 처서 아닌가. 하지만 올여름의 모진 더위는 물러갈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처(處)자에 ‘머무른다’는 뜻도 있어 절기를 관장하는 계절신(神)이 말뜻을 잘 못 풀었는가. 어제 영주와 칠곡은 35도를 훌쩍 넘겼고 15개 시군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것을 비롯하여 19개 시군이 몽땅 폭염특보에 갇혀 있었다.
달력상으론 늦더위라 해야겠지만 세력을 보면 차마 ‘늦더위’ 운운할 계제가 아니다. ‘처서가 지나면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는 가을은 기미도 없다. 일러 ‘불볕가을’이라고나 할까. 세이레 후면 추석이건만 풋밤이 영글고 서속이 고개를 숙이는 중추(仲秋) 정취는 어디에도 안 보인다. 한여름 내내 그 흔한 여름소나기조차 귀했던지라 채소밭은 마르고 비틀어져 말이 아니다. 추석 단대목 노렸던 농부들의 아우성이 안타깝다.
15년 넘도록 들어보지 못한 콜레라가 남도지방에서 발생했다는 소리도 바람결에 들려온다. 전국 곳곳에선 학교급식에 문제가 있었는지 집단 식중독 소식마저 들린다. 우리고장 봉화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단다. 이래저래 덥고 짜증스럽고 우울한 소식들뿐이다. ‘더위 언제 꺾이나’ 짜증만 부리다가 하루를 보내는 날들이 하릴없이 이어지고 있다. 더딘 가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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