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더리탕’-`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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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더리탕’-`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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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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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환/언론인
 
이름부터가 길다. 무려 열한자, 기찻길 식이다. 당명에 동원된 단어도 짜깁기다. `미래창조’는 신당 지분 절반을 갖고 참여한 시민단체의 `미래창조연대’에서 따왔다. 대통합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목숨 걸고 밀어붙이는 범여권을 상징한다. `민주’는 민주당을 의미한다. 대통합에 가담하지 않고 있는 민주당까지 집어 삼키겠다는 전직 대통령의 음모가 담겨있는 듯하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개혁’이 당명에서 빠진 사실이다. 왜 그랬을까?
 `미래창조’를 맨 앞에 내세운 이유는 대통합이라는 포장 속에 가세하는 세력들의 부끄러움 때문이리라. 대통합이라지만 그건 열린우리당 탈당세력의 `재소집’, `위장개업’에 불과하다. 신당에 이름을 내민 국회의원은 열린우리당 1차 탈당파 20명+대통추 45명+열린당 추가탈당파 14명으로 구성됐다. 대통추 조직원 45명은 전원 열린우리당 이탈파다. 열린우리당이 아닌 의원은 4명뿐이다. `도로열린우리당’이다. 그래서 부끄러워 `미래창조’를 앞세웠는지 모른다.
 미래창조…신당에 대해 일부 진보매체들까지 `제3지대 유령선 출항?’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열린우리당 실패가 낳은 5개월짜리 신당될 수도”라고 혹평했다. “이질적 세력들의 기계적 결합이 신당의 태생적 생리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하나도 틀리지 않다. 미래창조…신당의 목적은 한나라당 집권 저지에 있다. 출신이나 성분 차이는 무시한다. 그걸 이들은 `반노-반한’이라 한다. 뒤죽박죽이다. 옥석이고 뭐고 없다. 열린우리당에서 탈당만 하면 당장 `반노-비노’고 노 대통령을 탄핵했어도 미래 운운하는 세력과 손잡으면 `대통합’이다.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 탄핵 세력을 `탄핵세력’, `분열세력’이라고 비난해 왔다. 그런데 신당 창당준비위원장 3인 가운데 정균환 전 의원은 민주당 출신이다. 민주당은 노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다. 그는 탄핵 이후 실시된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밀려 낙선했다. 작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전북도지사 후보로 나섰다가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밀렸다. 그런 그가 `도로열린우리당’에 올라탔다. 통합민주당을 탈당한 김효석, 이낙연 의원도 마찬가지다.
 신당이 통합민주당을 최종 통합 대상으로 삼는 것도 기괴하다. 그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합당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3년 반 전 `반개혁세력’이라고 비난하며 당을 깨고 나간 `개혁세력’ 열린우리당이 반개혁세력과 손잡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금 유권자들의 기억력을 실험하고 있다.
 노선이고 철학이고 안보인다. 김근태, 천정배 의원은 노 대통령이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밀어붙이자 단식까지 하며 “매국협상”이라고 강력 반발한 주인공이다. 그 반대편에는 FTA를 지지한 이해찬, 한명숙 전총리 등 신당 참여파들이 있다. 김근태, 천정배 의원의 눈에는 그 두 사람이 농민을 죽이는 자유주의자였으리라. 신당에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해 `계급장 떼고 붙자’며 노 대통령에게 달려든 김근태 의원과, “원가 공개 같은 사회주의 정책은 안 된다”는 강봉균 의원 같은 자유주의자가 뒤섞이는 것은 얘깃거리도 안된다.
 더 기막힌 것은 한미 FTA를 죽자사자 반대한 시민단체 출신들이다. 길거리로 뛰쳐 나오고 경찰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세력 아니던가. 그러나 최열 미래창조연대 대표는 “당내에 존재하는 그런 이견을 통합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정치”라고 말했다. 왜 정치권 밖에서는 `이견 통합’ 노력을 하지 않았는지 궁금할 뿐이다. 분신자살한 운전기사도 시민단체의 반 FTA 투쟁장에 있었지 않았던가?
 이라크 파병도 빼놓을 수 없다. 시민사회진영은 파병에 찬성하는 의원들은 “다음 총선에서 반드시 낙선시키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의원 상당수가 파병에 찬성하자 흐지부지했다. 그러니 결국 파병반대와 찬성세력이 뒤죽박죽 얽히는 모양새다. 급기야 검은 돈을 받고, 그 돈을 베란다에 쌓아 뒀다가 감옥에 간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홍업 씨까지 받아들였다.
 지난 24일 신당 창당 발기인 대회에서 범여권의 대권주자들은 줄줄이 단상에 올라가 축사를 했다. 그런데 이들은 하나같이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이라는 열한자짜리 당 이름을 제대로 읽지 못해 쩔쩔매는 모습을 보였다. 떠듬 떠듬 혀가 꼬이고 발음이 새나온 것이다. 부르기나 쉬운 이름으로 당명을 정할 것이지…위장개업도 쉽진 않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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