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시간의 실체·작가의 노동 담아내
희망의 빛
“회화의 근본인 점·선·면을 이용해 무한한 세월의 두께를 표현하다.”
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밀도감과 농담을 풍부하게 담아낼 수 있는 펜화는 오래 전부터 화가들에게 사랑을 받아 왔다.
포항시립미술관 박경숙 학예사가 지난 22일 대백프라자갤러리(큐레이터 김태곤) A관에서 볼펜화 개인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두께’. 회화의 기본 요소인 점·선·면을 이용해 세월의 두께를 표현했다.
무수히 많은 볼펜의 선과 물감의 점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볼펜이라는 일상적 생활용품으로 종이 위에 수없이 선을 덧그린 뒤 그 위에 화면을 메울 때까지 물감을 뿌리면서 완성한 작품들을 통해 보이지 않는 시간의 실체, 작가의 실존과 노동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작품들의 주된 요소는 선이다. 무수한 선이 모여 면을 이루고 율동을 이뤄간다.
부드러운 선적인 맛은 펜화만의 특징. 세밀한 선의 무수한 중첩으로 알 수 없는 깊이와 뭉글뭉글함, 융모 같은 부드러움을 표현했다. 펜의 볼이 단단하면서 부드러운 지면 위를 미끄러져 나가면서 만들어 내는 형상은 작가 스스로도 흥미롭다.
박 학예사는 “선을 긋는 최소한의 재료만으로도 충분한 감성과 생각을 담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볼펜의 반복된 선들로 작품을 꾸몄다”며 “처음엔 무의식적으로 선을 긋지만 하다 보면 다양한 감성, 기쁨, 슬픔, 빛과 그늘, 4계절마다 느끼는 심리적인 울림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선과 더불어 점을 이용해 운동감을 더한다.
선이 중첩돼 만들어진 보랏빛 도는 짙은 밤색 바탕위에 물감을 뿌림으로서 사각이라는 고정된 평면에 생명감을 부여했다.
박 학예사는 “무엇보다 수많은 선과 점을 담은 작가의 노동행위와 세월에서 그냥 주어진 현실보다 꾸준하고 성실한 힘을 담고자 했다” 설명했다.
이번 개인전에는 300호 2점을 비롯해 총 30여점이 선보였다. 전시는 27일까지 이어진다.
한편, 포항시립미술관 학예사로 재직하면서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해 오고 있는 박 학예사는 동국대학교 미술학과와 영남대 조형대학원 예술행정학과 졸업했고, 포항대백갤러리 큐레이트로 15년간 근무한 바 있다. 문의 053)420-8015.
/남현정기자 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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