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무대삼아 건강식품 사기 판매를 일삼던 56명이 또 무더기로 경찰에 걸려들었다. 이들 사기꾼은 노인을 노렸다. 노인 상대 사기 행각이 좀처럼 뿌리 뽑히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참으로 잡초와도 같은 생명력을 지닌 꼴이다.
경북지방경찰청이 엊그제 구속 또는 입건한 일당의 사기 수법은 두 가지다. 구속된 5명은 수입 홍합가루에 글루코사민을 섞어 관절염과 치매에 효능이 있다고 노인들을 꼬드겼다. 이들이 전국에 꾸민 임시 매장이 자그마치 107곳이다. 이곳에 노인들을 불러모아 놓고 공연으로 환심을 사고는 제품을 외상으로 파는 수법을 썼다. 이렇게 해서 벌어들인 돈이 지난 2년 동안에 230억 원이나 됐다. 한 상자 원가 2만~3만원인 건강식품 을 40만~50만원이나 받았으니 폭리도 이만저만한 폭리가 아니다. 또한 입건된 51명은 유통기한이 다 돼가는 기능성 식품을 다시 포장해 유통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어느 쪽이 됐건 의도가 불순하기 짝이 없다. 사기 수법도 해묵은 것이고 노인을 상대로 은근히 강압감을 줬을 판매 수법 또한 색다를 게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왜 이런 사기 판매가 끈질기게 횡행하는지 의문이다. 전국이 범죄 무대였으니 보나마나 농촌 노인들이 대다수 피해자일 것으로 짐작된다. 경북지역이라고 이들의 마수에서 벗어났을리도 없을 것이다. 수준 미달이었을 공연이나마 공짜로 봤으니 미안한 마음을 어쩌지 못하는 노인들의 순박한 심성을 악용한 것이다. 흔히하는 이야기대로 `먹을 것 갖고 장난’을 한 것이다. 문제는 그 `장난’이란 게 악성이어서 `못된 장난’소리를 듣는 데 있다.
우리나라의 농촌 노인들은 대부분 이렇다 할 경제력이 없다. 그런 처지에 건강식품 값으로 큰 돈을 빚졌으니 그 때문에 속앓이를 하느라 없던 병이 생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때문에 빚어졌을 가정 불화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심한 곳은 동네 전체가 집집마다 사기 피해자가 되어 뒤숭숭해졌을지도 모른다. 우울한 노릇이다. 일년 동안 뙤약볕과 자연재해에 맞서 가면서 지켜낸 소득을 사기꾼들이 한 입에 털어넣었을 테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제는 이런 사기판매는 끝장낼 때도 됐다. 고발에 적극성을 갖고 누구든 나서야 한다. 자신의 부모는 말할 것도 없고 이웃 어르신이라도 사기꾼의 덫에 걸려들지 않도록 보살펴 드려야 명랑한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다. 머지않아 가을걷이가 시작된다. 가을걷이는 농민들이 목돈을 만질 수 있는 기회다. 이를 노린 사기꾼들이 또 눈독을 들일 계제이기도 하다. 경북지역에서 만이라도 노인 상대 사기꾼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모든 주민이 힘을 모아 대처해야 할 줄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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