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부모님, 힘들었는데 고마웠다’
추석 명절 연휴인 지난달 25일 광주에서 한 취업준비생이 부모님에게 남긴 유서의 내용이다. 그는 가족들이 유서를 발견한 다음날 인근 하천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 취준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에는 취업난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흩어진 가족들이 오랜만에 모여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며 즐거워야할 명절에 그렇지 못한 이들이 있다. 바로 취준생들이다. 이들은 명절이면 더욱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취업을 못했으니 결혼은 언감생심이다. 그러니 떳떳한 성인으로 인정받지 못해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명절에는 더욱 외톨이 신세가 되어 우울과 상실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취준생 7명 중 1명은 극심한 취업 스트레스로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정희연 서울대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취준생 1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연구팀에 따르면 취준생의 39.5%(49명)가 우울증 진단이 가능한 수준의 임상적으로 유의한 우울 증상을 경험했으며, 15.3%(19명)는 취업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통계청이 추석연휴 마지막날인 지난달 26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현재 우리나라 청년들이 겪고 있는 실업난과 취업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알 수 있다.
먼저 올해 2분기 대졸 이상의 실업자는 54만3000명으로 전년동기보다 2000명 증가했다. 이는 분기별 통계집계가 1999년 3분기 이후 가장 큰 규모이며 IMF 외환위기 직후보다도 2배나 더 많은 수치이다.
대졸자들 뿐만 아니다. 고졸 취업난도 심각하다. 올해 2분기 고졸 취업자는 1022만2000명으로 전년동기대비 28만3000명 줄어들었다. 지난 2월 이후 7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금융위기 전후인 2007년 10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27개월 연속 감소 이후 가장 긴 기간이다.
고졸 실업 증가 주요인으로는 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제조업 부진이 꼽힌다. 고졸 일자리 중 상당부분을 차지했던 제조업에서 취업자 수가 줄면서 고졸 실업자가 늘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한 최저임금 여파로 아르바이트 자리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사회에서 금수저 등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고 한 사람이 어엿한 성인으로 홀로서기를 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이 취업이다. 취업을 해야만 경제적으로 자립이 가능하며 그로인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집을 장만하는 등 소위 사람답게 삶을 영위해 갈 수 있다. 그러한 인생의 첫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뜩이나 취업이 안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명절이 반기울 리가 있겠는가.
내년 설 명절에는 또 얼마나 많은 취준생이 눈물을 흘리고 해서는 안 될 극단적인 생각을 할지 걱정이다. 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대책은 진정 없는가.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