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하늘 아래서 사는 일이 쉬울까 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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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하늘 아래서 사는 일이 쉬울까 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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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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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옥근 의학박사
 
어느 한 나라의 기후란 그 나라 안에서 일어났다가 그 나라 안에서 없어지는 날씨 변화가 아니다. 그 인접 국가나 바다, 산맥, 대기층의 기압 변화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이제 전국이 본격적인 여름 장마가 시작되었다. 올 장마는 예년에 비해 며칠 빨리 시작됐다고 기상청은 예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장마는 보통 6월말부터 7월초에 걸쳐 중국 양쯔강 유역으로부터 비구름대가 뻗쳐 국지적 집중호우를 동반하는 우기에 속한다. 일본에서는 이 현상이 현저하여 매우(梅雨) 라고 해서 매실이 익어서 떨어질 무렵에 오는 비란 뜻이다. 기압 배치의 특징은 오호츠크해 부근에 있는 고기압이 정체하고 있으면서 세력을 뻗쳐 이 지방의 한랭한 공기를 남쪽으로 내려민다. 한편 일본의 남쪽 해상에 있는 오가사와라 고기압은 따뜻한 공기와 앞에 말한 찬 공기 사이에 전선대가 이루어져서 생기는 현상이다. 이 전선대는 우리나라의 동서로 비구름 띠를 형성, 지루한 장마 비를 뿌린다.
 장마기에는 비가 오다 말다 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습도가 높은 구질구질한 날씨가 심할때는 한 달넘게 계속되기도 한다. 그러나 장마라고 하면 일본의 매우기와 한국의 장마철을 전후해서만 쓰는 습관이 있다. 즉 장마라는 것은 어떤 명확한 현상에 붙여진 이름이라기보다 기상학적인 개념을 가진 것이다. 장마형 말기에는 대기의 성층이 불안정하게 되어 전성성 강우가 아닌 대륙성 호우가 내리기도 한다. 시간당 시우량이 100mm에 달할 때 도 허다하다. 몇 년 전 강원도에 시간당 시우량이 960mm를 기록하면서 많은 인명과 논밭이 유실,침수되고 산이 무너져 내린 기상자해를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장마철에는 습기가 많고 일조량이 태부족해 온집안에 곰팡이가 피고, 음식물이 부패돼 우리 생활 전반에 피해를 유발시킨다. 그러나 이같은 연례행사처럼 닥치는 장마가 부정적인 것 만은 아니다.
 한 해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이 장마철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필자는 웬일일까. 6월이 내일이면 끝이 나고 7월 본격 여름이 열리면서 소나기 때 일곱 빛깔 무지개를 연상해야하는 데도 왜 하필이면 그 짜증나고 후덥지근한 장마만 생각이 날까.
 필자는 장마철이면 무수한 젊은이들이 6.25 전쟁으로 희생당한 동족상잔의 비극을 생각한다. 그 전쟁때 함께 힘을 모아 싸워 주었던 유엔군들의 유골들이 지금도 간간히 발굴되어 본국으로 후송할 때마다 전신이 마비되어 굳어짐을 느끼곤 한다. 이 민족의 장마는 아마도 6·25 라는 생각을 떨 칠 수가 없다. 우리는 한사코 싫다는 이 장마를 56년이나 함께 이웃하면서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이 민족에게 무덥고 답답하고 질퍽하며 기운을 빼는 이 장마!. 이는 분명 38선 이북에 있는 김정일 집단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도 우리에게는 수 백 년 전부터 우리의 성장과 발전이 못마땅한 듯 우리땅 독도를 자국의 영토라고 망발을 잊지않고 있다. 그래서 일본 또한 우리에겐 경계를 풀어서는 안되는 지리한 장마임에 틀림없다. 필자에게도 개인적 장마가 있을 것이다. 무엇이 나의 장마일까.
 내 속에 서 나왔으면서도 내 것이 아닌 내 욕망이 바로 내 장마가 아닐까. 비를 뿌렸다 따가운 햇볕으로 나를 괴롭히고 나의 뒷머리를 치고 어디론가 숨어 버리며 내 진로를 한없이 방해하는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내 욕망이 나의 장마 리라!. 그러나 장마란 일 년 열두 달 계속 이어 질수만은 없다. 그 지긋지긋한 장마도 끝날 날이 있는 법이다. 장마가 끝나면 쨍쨍한 햇볕이 내려 쬔다. 벼 알이 꽉차고 과일이 알알이 영글려면 반드시 따가운 햇볕이 있어야 한다.
 하늘에는 예측할 수 없는 비바람이 일고, 인간에게도 조석으로 화와 복이 있다. 천유불즉풍우(天有不則風雨), 인유조석화복(人有朝夕禍福)이라 했던가 어찌 하늘 아래서 사는 일이 쉬울까 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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