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해소’가 아니라`가난 추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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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해소’가 아니라`가난 추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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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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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와 시한폭탄-         
신중섭/강원대 교수
 
 청와대는 홈페이지에 `비정한 사회 따뜻한 사회 - 사회 양극화 이대로 둘 것인가’를 게재해 양극화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청와대는 “우리 앞에 가공할 폭발력을 지닌 사회적 `시한폭탄’이 놓여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며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형태를 달리한 또 다른 외환 위기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국가 운영을 책임진 청와대가 양극화를 `시한폭탄’에 비유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시한폭탄’은 시간에 맞추어 폭발한다. 영화 속에서 악당이 시한폭탄을 장착하면 경찰은 그것을 제거한다. 대부분의 경우 시한폭탄은 폭파 직전 해체된다. 그것을 제거하는 사람은 목숨을 건다. 목숨을 건 사람들은 국가 기관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기 목숨을 담보로 하여 폭탄을 제거한다. 그것이 그들의 일이다. 시한폭탄을 발견한 사람은 폭탄이 있다고 외치지 않는다. 조용히 빠르게 제거한다. 그것이 국가가 하는 일이다. 시한폭탄 존재를 알리는 것은 불안과 혼란을 초래함으로써 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시한폭탄’인지 `플라스틱 장난감’인지 확인하지도 않고 시한폭탄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청와대에서 시한폭탄이라고 대대적으로 알리는 양극화가 실재 존재하는 시한폭탄인가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설사 양극화 현상이 존재한다 해도 시한폭탄이라고 말하는 것과, 우리가 힘모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시한폭탄이라고 단정하면서 겁 주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가가 할 일은 아니다. 더구나 시한폭탄 제조자와 설치자를 특정 개인이나 집단으로 규정하고 마녀 사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한폭탄 제조자가 자기 자신들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한 채 정치적으로 반대편 사람들에게 뒤집어 씌우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청와대 목적은 선거를 겨냥한 것이거나 사회민주주의나 복지국가를 표방하여 국가의 힘을 확대함으로써 집권자들의 복지를 확대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이 둘 모두를 겨냥한 것일 수도 있다. 양극화의 정치적 효능은 이번 5·31 선거를 통해 확실하게 입증됐다. 대다수 국민은 양극화가 시한폭탄이라는 것을 믿지 않으며, 양극화가 존재할지라도 그것은 집권 여당 책임이라는 것을 표를 통해 확실하게 말했다. 그러나 집권 여당은 내년 대선에서 양극화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을 수도 있다. 양극화가 20: 80, 10:90, 2:98로 이루어져 있다고 확신한다면, 아래의 80%, 90%, 98%의 유권자가 자기편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양극화라는 말이 앞으로 사라질지 아니면 더 힘을 얻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정부는 거대 국가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끊임없이 기구를 확대하고, 공무원 수를 늘리고, 복지 국가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증세 정책을 선택했다. 경제를 위축시켜놓고 증세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투자, 저축, 근로 의욕은 없는데 세금만 더 거두겠다니 시민들의 저항은 당연하다. 역성장 정책으로 생산과 소비가 침체돼 점점 더 살기 어려워지는 계층은 빈곤에 허덕이는 저소득층이다.
 청와대가 촉발한 양극화 논쟁도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의 적절성을 판단할 수 있는 시민들의 사회 인식 능력을 많이 신장시켜 주었다. 정치가 갈등과 증오를 증폭시키면 개인과 국가의 잠재력은 사라진다. 정치권이 자신의 입장만을 앞세워 사회적 저항이 강한 정책을 추진하려고 하면 갈등과 증오를 증폭시키게 된다.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정책은 정부의 신뢰를 잠식하고, 신뢰를 획득하지 못한 정책은 실패하기 십상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양극화 해소 정책이 논란과 갈등만 초래하고 긍정적 결과를 산출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양극화 해소라는 의제 자체가 사회적 갈등을 전제하고, 갈등의 증폭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책은 사회 통합이 아닌 배제와 갈등을 본질로 한다. 양극화 해소는 본질적으로 제로섬을 기본으로 삼고 있는 정책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정책 의제를 양극화 해소가 아니라 `가난 추방’으로 바꿔야 한다. 가난은 사회적 악으로 합의가 쉽다. 그동안 잊어버린 `우리’를 되찾아야 한다. `우리’ 회복은 정치 특히 정부 여당이 달성해야 할 과제다.
 (www.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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