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아이들의 복수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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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아이들의 복수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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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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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Grimm)형제의 `헨젤과 그레텔’과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 의 `분홍신’. 어른들이 어린이들에게 읽혀주는 동화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잔혹동화라는 사실. 이들 잔혹동화들이 공포영화로 탈바꿈했다. 이번주 개봉영화 `헨젤과 그레텔’의 임필성 감독은 “동심이 훼손됐을 때 생길 수 있는 공포의 순간을 표현하고 싶다”며 상처받은 아이들이 현실에선 불가능한 동화의 세계를 완성하기 위해 꿈꾸는 잔혹한 환상을 그렸다. 영화 `분홍신’은 극중 일제시대 에피소드에서 동화`분홍신’을 오버랩시켰다. 분홍신을 탐낸 무용수가 결국은 멈추지 않는 분홍신 때문에 파멸하는 이야기. /남현정기자 nhj@
 
아역배우 열연·세련된 영상미 돋보이는 공포판타지
 
이번주 개봉영화 `헨젤과 그레텔’(제작 바른손)이 흥행에 성공한다면 그 공의 과반은 미술팀의 실력과 아역배우 세 명의 열연에 돌려야 할 것 같다.
영화는 치유 불가능해 보이는 아이들의 상처를 슬쩍슬쩍 드러내면서 공포보다 슬픔에 방점을 찍는다.
슬픔과 한을 바닥에 깔고 있는 공포는 그림책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집이라는 공간과 웬만해선 이 집 밖으로 벗어나지 않는 아이들의 서글픈 표정으로 완성된다.
이 영화의 아이들은 여느 공포영화 속 아이들과 달리 눈을 까뒤집거나 누군가를 섬뜩하게 노려보는 대신 마당에서 뛰놀며 개구쟁이다운 웃음을 지어 보인다.
아이들은 “엄마는 무조건 좋은 것”이라며 커다란 눈물 방울을 뚝뚝 떨어뜨리거나 “우리를 두고 가지 말라”며 애처롭게 운다.

관객이 느낄 만한 감정이라면 목을 조르는 섬뜩한 공포가 아니라 이 아이들을 향한 안쓰러움일 듯하다.

`즐거운 아이들의 집’에 있는 아이 크기만 한 곰인형과 증기를 내뿜으며 거실을 빙빙 도는 장난감 기차, 제조연대와 국적이 불분명한 장난감들, 기묘한 분위기의 그림들, 강렬한 원색의 과자와 사탕은 더할 나위 없이 예쁘고 아름답지만 상영시간이 한참 지나도 눈에 잘 익지 않을 만큼 애매모호한 공기를 내뿜는다.

이 영화의 화법은 친절한 편이다. 상처받은 아이들과 착한 어른 사이의 교감을 천천히 따라가면서 아이들이 상처받은 이유를 관객이 이미 다 알아차렸을 법한 지점에 이르러서야 `폭로’한다. 그것도 직접적이고 상세하게 되새겨 준다.

그러나 슬픔으로 인한 아이들의 기묘한 행동을 보여주는 방식이나 화해에 대한 구상에는 신선함이 부족하다.

이 영화를 좋아할 만한 관객은 독특함과 반전의 묘미를 즐기는 스릴러 팬도,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느낌을 즐기는 호러 팬도 아니라 꼼꼼한 드라마와 세련된 영상미를 즐기는 팬일 것으로 보인다.

은수(천정명)는 사이가 그리 좋지 않지만 병에 걸려 위독한 어머니를 만나러 차를 몰고 길을 떠난다. 교통사고를 내고 길 옆의 숲으로 튕겨나간 은수는 정신을 잃고 깊은 밤이 돼서야 눈을 뜬다.

은수의 눈앞에는 등불을 들고 서 있는 예쁜 소녀 영희(심은경)가 있다. 은수는 영희를 따라 숲을 파헤치고 그림같이 예쁜 `즐거운 아이들의 집’에 도착한다.

집은 각양각색의 인형과 장난감으로 가득찬 곳으로,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풍요롭고 화려하다. 엄마, 아빠와 함께 큰아들 만복(은원재)과 둘째 영희, 귀여운 막내딸 정순(진지희)까지 따뜻하고 행복해 보이는 가족이다.
그러나 엄마, 아빠는 말 한 마디를 꺼낼 때마다 아이들의 눈치를 슬슬 보고 집에는 기묘한 분위기가 감돈다.

다음날 아침 은수는 아이들이 알려준 대로 길을 나서지만 숲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계속 빙빙 돌기만 한다.

은수는 아이들의 집으로 돌아오지만 설상가상으로 엄마와 아빠는 쪽지 한 장 남긴 채 사라져 버리고 또 다른 길 잃은 어른 변 집사(박희순)와 경숙(박리디아)이 찾아온다. 12세 이상 관람가.
 


 
 
   추천비디오 <분홍신>  

   독점하고 싶은 `욕망’의 그림자
 
 
      
 
 
 
 분홍신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소녀적인 감수성과 동화적 느낌일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 속 분홍신은 전형적인 현대적인 구두다. 5-7㎝가량의 뒷굽이 있는 보편적인 스타일의 여성 구두. 색깔만 다른 색이었다면 특색이 전혀 없을 수도 있는 그런 모양인데, 정말 특이하게도 요즘은 쉽게 구경할 수 없는 분홍색의 표피를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영화 속 여자들은 모두 이 분홍신에 집착한다. 일단 한번 보기만 하면 독점하고 싶은 욕망에 휩싸여 물불 안 가린다. 또 이 신을 신고 있으면 마냥 행복해지는 느낌이 든다. 주인공 선재(김혜수)와 그의 딸 태수(박연아), 그리고 선재의 후배 미희(고수희)가 모두 그러하다. 여기에 다섯 명의 여자가 더 등장한다. 과거 속 세명의 여성과 두명의 여고생.
 영화는 크게 두 가지 부분에서 힘을 줬다. 하나는 어두운 색감이고, 또 하나는 금속성 음향효과다. 분홍신을 강조하기 위해 나머지 부분은 모두 어둡게 처리했다. 대부분의 신이 밤 신이고 선재의 집도 어두컴컴하기 그지없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김혜수의 빨간 입술과 분홍신만이 도드라져 보이는 것.
 두 붉은 색은 여성 욕망의 상징이다. 아름다워지고 싶고, 특별해지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욕망. 남편이 바람 핀 사실을 알게 된 선재로서는 반대급부로 더욱 화려한 것에 집착하게된다. 그녀가 안과 의사라는 사실 또한 종종 클로즈 업되는 눈과 함께 영화의 `차가운 시선’을 강조한다.
 그러나 색감이 눈을 사로잡는다면 금속성의 날카로운 음향은 귀를 자극한다. 분홍신을 신고 또각또각 걷는 소리도 부분적으로 공포를 주지만 연신 이어지는 거울이 깨지는 듯한 `쇳소리’는 대단히 자극적으로 다가온다. 한편으로는 이런 쇳소리가 유치하면서도 고민 없는 선택 같기도 하지만 나름의 효과는 기본적으로 발휘한다.
 버려진 분홍신을 신은 여자들이 이상 기운에 휩싸이고, 그 분홍신을 친구 혹은 엄마로부터 빼앗아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여자들은 목숨을 잃는다. 그것도 아주 잔인하게 발목이 잘린 채로. 발목이 잘릴 때는 어김없이 쇳소리가 들려온다. `토막살인’의 끔찍한 효과.
 안데르센의 동명의 동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는 극중 일제시대 에피소드에서 동화를 오버랩시켰다. 그때의 원죄가 60여년이 흐른 현대에까지 미치고 있다는 설정으로 관객의 시선을 따돌린 영화는 후반부 반전을 몰아친다.
 전작 `얼굴 없는 미녀’에서 경계선 성격 장애 환자를 연기하며 특유의 관능미를 과시했던 김혜수는 이번에도 핏기 없는 하얗게 질린 얼굴과 붉은 입술 사이를 오가며 히스테리컬한 연기를 펼쳤다. 영화의 80%를 어깨에 얹고 가는 그의 모습이 버거워도 보이지만 나름대로 커다란 눈의 장점을 최대한 살렸다. 15세 관람가, 2005년 개봉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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