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은 명실공히 여권 2인자라 할 수 있다. 일찌감치 이명박 서울시장의 대권도전을 권유해 이명박 대통령의 오늘이 있게한 일등공신이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공천과정에서는 또다른 실세인 이방호 사무총장과 함께 `물갈이 공천’을 주도해 한나라당을 `이명박당’으로 만드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그가 꿈꾸는 한나라당 대표와 그 너머의 큰 야망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여길만 하다.
　그러나 호사다마다. 그는 요즘 사면초가다. 한나라당 공천 탈락자들이 그를 원칙도 기준도 없는 `벼락공천’의 주동자로 지목, 비난하고 있다. 밖으로는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총선 출마를 선언하고 그의 지역구에서 거세게 도전하고 있다. 마침내 여론조사에서 이 의원이 문 대표에게 크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말았다. 여론조차 호의적이 아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 측근들이 대거 축출됨으로써 박 전 대표 지지여론이 그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 의원으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을지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모든 것을 걸었고, 지금 목표를 성취한 마당에 이 대통령과 자신을 도운 동지들을 챙기는 게 도리라고 여겼음직하다. 그 결과가 박근혜 세력에 대한 대학살로 나타났을 것이다. 더구나 한나라당 공천은 안강민 위원장이 이끄는 공천심사위에게 맡겨져 있다. 제3의 기구가 단행한 공천 결과를 자신에게 뒤집어 씌운다고 항의하는 것도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이 의원과 이방호 사무총장이 쌍끌이로 공천을 주도해왔음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이방호 총장이 공천 기본자료를 챙기고, 그 과정에서 이 의원과 긴밀히 협의해왔다는 흔적이 도처에서 발견된다. 지역 여론조사 결과 높은 지지율을 보인 현역이 무명의 신인에게 밀려나고, 또 그 지역에 신청도 하지 않은 신인이 다른 곳에 차출돼 공천되는 과정은 누가 봐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작용이었음을 말해준다.
　마침내 김영삼 전 대통령까지 전면에 나서 한나라당 공천을 비난했다. “크게 잘못된 끼리끼리 공천”이라는 것이다. 또 영남에서 공천 탈락자들이 무더기로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수도권에서는 서청원-홍사덕 전 의원의 주도로 `친박근혜당’이 나오고 말았다. 이재오-이방호 두 사람의 전횡이 이명박 대통령에게까지 누를 미치는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권력은 그 크기만큼 힘도 생기지만 위험이 따른다. 이재오 의원은 정권실세로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질 각오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