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외교 복원… 한일 '윈-윈' 위한 디딤돌 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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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외교 복원… 한일 '윈-윈' 위한 디딤돌 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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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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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열린 한일정상회담으로 양국관계 개선 논의가 ‘본궤도’에 올랐다. 12년 만에 정상 간 셔틀외교가 복원되면서 한일관계가 ‘윈-윈’(win-win)의 관계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와 우의와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의 협력을 추진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 역시 “윤 대통령과 자주 만나 신뢰 관계를 심화시켜 한일관계를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양 정상이 지난날의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나 협력의 시대로 나아가겠단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의의는 첫째, 어렵사리 시동이 걸린 한일관계 개선 노력에 일본도 화답하면서 ‘셔틀외교’가 복원됐다는 데 있다.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은 최근 50%로 반등할 정도로 회복됐지만, 그가 처한 정치 환경은 여전히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기시다는 자민당 내 파벌 정치의 역학 속에서 항상 소수 파벌로서 거대 파벌 ‘아베(安倍)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특히 ‘더 이상의 사죄와 반성은 없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유훈 때문에 그의 대한(對韓) 정책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앞으로 중의원 선거가 예상되는 점을 감안할 때 기시다 총리의 정치 기반은 여전히 안정적이지 못하다. 4월 보궐선거 결과만 보더라도 ‘무당파’의 표심 동향은 그가 이끄는 자민당에 결코 유리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는 이런 상황에서도 방한을 전격적으로 추진,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윤 대통령의 ‘통 큰’ 정치적 결단에 화답하면서 셔틀외교를 복원한 것이다. 이번 셔틀외교는 실무회담의 성격을 넘어 앞으로 한일관계 개선의 방향성과 내용을 채워나갔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의 대일(對日) 외교도 한일관계 악화란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미중 전략경쟁과 북핵 위협 고조 등 ‘복합위기’ 상황에서 한일관계 악화는 한국 외교의 걸림돌이었다. 특히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우리에게 일본의 도움은 반드시 필요했다. 그러나 그동안 한일 양국은 미중 간 전략 경쟁시대에 동일한 외교적 상황에 처해 있음에도 협력의 시너지를 살리기는커녕 도리어 서로의 국익을 훼손하고 있었다.

게다가 지난 정부에선 한일 양국의 극단적 대립 때문에 국제관계 속에서도 서로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했다. 미국과 각각 ‘동맹’을 맺고 있는 한일 양국의 갈등은 중국이나 북한엔 의도치 않은 기회 요인으로 작용했고, 이는 동북아 질서를 불투명하고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 재개를 통해 지난 시절 급변하던 국제정세 속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한국 외교도 정상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기시다 총리 방한은 복합위기란 국제정세를 양국이 함께 극복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번 한일정상회담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건 한일 간 과거사에 대한 기시다 총리 발언이었다. 한국이 만족할 만한 ‘사죄’는 없었지만, 그의 ‘마음 아프다’는 발언은 역사 인식에서 ‘작은 진전’으로 받아들일만했다.

한일정상회담 전까지만 해도 일본 정부는 한일 간 과거사 문제에 대해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는 것만 고집했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는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해 ‘당시 가혹한 환경 속에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한 것에 대해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心が痛む思いだ)’는 뜻을 표명했다. 이는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하면서도 ‘개인적 생각’이란 형식을 빌려 다소 진전된 입장을 내보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 기시다 총리가 히로시마(廣島) 평화 기념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윤 대통령과 함께 추모하겠다고 밝힌 점도 그의 진정성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기시다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일본의 정치적 상황과 한국 국민의 입장을 고려한 고심의 표현인 것임에 틀림없다. 기시다 총리가 자민당 내 ‘비둘기파’인 고치카이(宏池會) 파벌의 전통을 잇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를 단지 ‘개인적 감상’이라고 비판만 할 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한일관계 개선’ 의지는 평가할 필요가 있다.

후쿠시마(福島) 원전 오염수(일본에선 ‘처리수’라고 부름)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 측은 이번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한국 전문가 시찰단 파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시다 총리 본인이 ‘일본 총리로서 일본 및 한국 국민의 건강이나 해양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형태의 방출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표명한 점이다. 이는 기시다 총리 또한 한국 내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해법은 과학적 견지에서 찾아나가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에선 ‘감정’과 ‘과학’이 섞여 있는 게 사실이다. 이 문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을 바탕으로, 한일 양국이 투명성과 정보 공유를 바탕으로 현명하게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

윤 대통령은 이번 한일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미 ‘워싱턴 선언’이 한미일 간 협력으로 확대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일본의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부 논란이 있지만, 마치 한미정상회담 성과를 일본에 넘겨주는 것처럼 생각할 필요는 없다. 윤 대통령이 얘기한 것처럼 “먼저 한미 간에 핵협의그룹(NCG) 논의가 진행되면 일본도 미국과 관계에서 언제든 같이 협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미일 안보협력이 더욱 더 강화되면 자연스레 북한 핵협의에 관한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현재로선 한미동맹과 한일 안보협력을 통해 한반도 유사시 대응과 한미일 안보협력의 내용을 채워가는 걸 우선시해야 한다.

이번 한일정상회담의 성과는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쟁점에 대해 소통함으로써 양국이 안심감을 갖게 됐다는 데 있다. 그리고 셔틀외교 복원으로 한일 양국, 나아가 동아시아 질서, 그리고 국제관계 전반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앞으로 한일 양국은 미래 협력에서 더욱 더 속도를 높이고 외연을 확대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번에도 양국 정상이 미래세대에 대한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미래의 기후협력, 에너지협력, 그리고 디지털 전환에 대해서도 많은 협력이 추진돼야 한다. 과거사 문제에서도 일본의 사죄와 반성을 요구하는 데 치중하던 태도에서 조금은 벗어나 여유를 갖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일본이라면 무조건 반대하는, 한국이라면 무조건 비판하는 태도를 버리지 않는 한 양국의 미래를 함께 건설해간다는 건 불가능하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이제부터 신뢰를 쌓아가며 ‘한일관계 개선’의 내용을 충실히 채워나가야 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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