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왕'으로 돌아온 '90세' 이순재 "백성에 대한 연민 더 와닿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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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왕'으로 돌아온 '90세' 이순재 "백성에 대한 연민 더 와닿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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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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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왕’으로 돌아온 ‘90세’ 이순재 “백성에 대한 연민 더 와닿아”

“고전이라는 것은 할 때마다 달라요. 이번엔 셰익스피어가 작품에 담은 백성에 대한 연민을 더 살렸습니다.”

연기 인생 68주년을 맞는 원로 배우 이순재가 2년 만에 연극 ‘리어왕’ 재연 무대에 선다. 6월1~18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수작으로 꼽히는 ‘리어왕’은 절대 권력을 가진 왕 리어가 간교한 아첨에 넘어가 모든 것을 잃고 파멸하는 내용이다. 인터미션(15분)을 포함해 200분에 달하는 공연이지만 이순재는 이번에도 리어왕 역을 홀로 책임진다.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SNU장학빌딩에서 만난 이순재는 “2021년 초연 공연 때 놓치거나 부족한 부분을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에서 다시 공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순재는 연출가뿐만 아니라 배우라면 반드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었을 때는 ‘햄릿’, 중년에는 ‘오셀로’ ‘맥베스’, 노년에는 ‘리어왕’이 있는데, 지금 내 나이가 ‘리어왕’에 적합해 만용을 부려봤어요.(웃음)”

예술감독도 겸하고 이순재는 연습 과정에서 셰익스피어가 작품 속에 담은 백성에 대한 연민이 더 와닿았다고 전했다.

“작품이 쓰인 당시는 귀족과 서민 계급 간 격차가 컸던 시대예요. 서민들이 죽어 나가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았죠. ‘리어왕’ 대사 중엔 ‘내가 그대들에게 너무 무관심했구나. 부자들아, 가난한 자들의 고통을 느껴보라’는 구절이 있어요. 셰익스피어는 중간 계층으로 있으면서 고통받는 백성에 대한 연민이 있었던 겁니다.”

이순재는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서도 ‘우리(귀족)의 눈을 가지고 저들(서민)의 눈으로 이해하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는 지배계층의 ‘여민동락’(與民同樂·백성과 즐거움을 함께한다)을 강조하는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축포를 터트릴 일도 있다. 공연을 마치면 이순재는 ‘리어왕’ 역의 최고령 현역 배우로 셰익스피어 공연의 기네스북에도 오를 전망이다. 이순재는 1934년생으로 올해 세는 나이로는 90세다. 윤완석 총괄프로듀서는 “이순재는 한국 연극 사상 최고령 현역 배우로, 이 나이에 셰익스피어 작품의 주역을 맡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강조했다.

이순재는 몸을 낮췄다. 그는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한데 지금은 그렇다고 하긴 어렵다”며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했다.

‘리어왕’은 워낙 내용이 방대하다. 이에 축약하거나 현대적 해석으로 각색한 버전이 무대에 자주 오른다. 그런데 이순재는 원작을 충실히 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셰익스피어 작품 안에는 독백, 방백 등이 섞여 있고 작품만의 리듬이 있어요. 대사에는 비유법, 상징법, 풍자 등 모든 것이 들어 있죠. 이런 것을 잘라내고 스토리 중심이 되면 이야기의 전달일 뿐 작품의 문학적 진수를 제대로 느낄 수 없습니다.”

이순재는 이날 주요 장면 시연에서 긴 호흡의 대사를 술술 읊었다. 감정이 격해지는 대목에선 주먹으로 가슴을 힘 있게 내려치며 후배들과 호흡을 맞췄다.

많은 대사와 체력적 부담이 큰 상황. 이순재는 “연습해 보니 이젠 힘이 든다”며 “체력이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 대사를 외우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깜빡해 (대사가) 막히면 막을 내려야 하는 위기”라고 웃어보인뒤 “앞으론 후배들이 더 멋진 ‘리어왕’을 표현하리라 기대한다”고도 말했다.

이순재는 행여나 고전을 어렵게 받아들일 관객을 붙잡기 위한 팁도 잊지 않았다. “작품을 보고 나면 절대 자식들에게 유산을 물려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겁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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