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가 도십 가로변에 잔디를 심었다. 여름철 폭염에 대비하고 도시 미관도 가꾸려는 것이 목적이다. 포항시의 시범구역은 형산로터리~오거리 2.2㎞ 구간과 오광장 ~포항e병원 0.5㎞ 구간이다. 뿐만 아니라 해도동 길가 100m구간엔 야생화 `수호초’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어느 쪽이건 관리만 잘 되면 포항시가 뜻한대로 될지도 모른다.
이 시범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은 9800만 원이다. 200만 원만 더 책정했더라면 억대 예산이 될 뻔했다. 이 적지 않은 예산이 제대로 쓰이는 것인지, 아니면 낭비 사례를 또 한 가지 남기게 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업을 시행하는 포항시조차도 자신이 없어 보인다. 관계자는 “잔디가 활착이 안되고 부작용이 드러나면 대체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해봐서 잘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라는 말처럼 들린다. 심드렁하기가 남의 일하듯 하는 말투처럼 느껴질 정도다.
누구의 발상으로 이런 사업이 시행되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로되 대다수 시민들은 의아해 하는 것 같다. 시범지역부터가 잔디가 뿌리내리기 어려워 보이는 까닭이다. 오가는 사람이 많은 버스승강장 주변과 일반 상가 앞이니 더욱 그렇다. 멀쩡하던 산길도 등산화에 짓밟히기 시작하면 망가지는 것은 시간문제였음을 한두 번 겪어본 터인가. 3㎞ 가까운 시범구역에 감시원을 몇이나 세워 잔디의 생육과 활착을 돕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2006년 경남 진주시가 실패한 전례를 포항시가 본받으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전문가들조차 확신감을 갖지 못한다니 필경은 예산낭비로 끝나지나 않을지 의문이다.
그러잖아도 한국의 도로들은 걸핏하면 파헤쳐져 예산낭비의 표본으로 공인된 지 이미 오래다. 남는 예산을 마저 쓰기 위해 멀쩡한 도로를 파헤치는 관행에 불신이 쌓인 것이다. 포항시의 이번 잔디심기 또한 이와 엇비슷한 성격이 되고 마는 것은 아닌지 지레 걱정이 앞선다. 3㎞ 가까운 구간의 보도블록을 걷어내고 잔디를 심었으니 다시 깔게 될 보도블록 예산은 준비돼있는지도 궁금해진다. 꼭 잔디를 심어야 했으면 잔디광장을 조성할 장소를 신중하게 찾아볼 것이지 하필이면 통행량이 많은 길가였을까.
포항시 당국은 잔디를 심어 여름철 열섬현상을 완화하려 하고 있다. 뿌리를 내리지 못해 누렇게 된 잔디가 열섬현상을 막기는커녕 맥이나 출 수 있을까. 차라리 그 예산을 나무심기에 썼더라면 고개를 끄덕이는 시민이 많았을 것이다. 경제난이 현실로 옥죄어오는 상황에서 예산 아껴쓰기는 공직자들의 기본자세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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